서문규 석유공사 사장은 4일 과천에서 기자단과 오찬을 갖고 캐나다 정유회사 M&A 사업과 관련해 "해외 자원개발 구조조정 태스크포스(TF)와 손절매하기로 결론을 지었다"며 "몇 년이 지나도 만회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인데 3~4곳 정도의 매수자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석유공사의 캐나다 정유회사 사업은 무려 3조7,921억원이 투입된 MB정부의 대표적인 해외 자원개발 M&A 사업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이 사업은 자산가치 하락으로 무려 8,202억원의 손실을 봤다.
석유공사가 인수한 캐나다 정유회사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보다 값이 싼 두바이유를 수입해 들여와서 정제한 뒤 WTI로 판매해 수익을 얻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셰일가스 개발 여파로 WTI 가격이 하락하면서 사업은 큰 차질을 빚었고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기에 석유공사가 실적 달성에 몸이 달아 무리하게 M&A를 추진했다는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이 옷을 벗는 파동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캐나다 사업의 평가손실액은 석유공사 경영평가에 고스란히 반영됐으며 지난해 석유공사는 계량평가에서 30점대를 받고 전 기관 중 꼴찌를 기록했다.
정부가 막대한 손실을 떠안으면서까지 대표적인 해외 자원개발 M&A인 캐나다 사업을 정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가스공사ㆍ광물자원공사 등이 추진한 대형 지분투자 사업들도 상당수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해외 자원개발 공기업들의 부채비율을 엑손모빌 등 글로벌 벤처마크 기업 수준까지 낮춘다는 내부 목표를 세우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서 사장은 다만 해외 자원개발 공기업에 대한 획일적인 경영평가 잣대는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원개발 기업의 특성이 있다"며 "경영평가 자체를 3년에 한번 정도 하자는 의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으로 석유공사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는 "이전 사장이 대형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내실화가 목표"라며 탐사 성공률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