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환과다 보유 논쟁 또 불붙나

외환보유액, 총외채 사상 첫 추월<br>한은 "국민경제 버팀목 많을 수록 좋다"…"외평채 수익률 상대적 손실" 반론도 거세

외환 과다보유를 둘러싼 논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외환보유액이 사상 처음으로 총외채 규모를 넘어서는 등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많은 외환을 쌓아두는 것은 좋지만 문제는 보유비용. 쓸데없이 외국 돈을 비생산적으로 운용하느니 보유액을 축소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만일의 경우를 강조한다. 많을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논란 재점화의 도화선은 외환보유액이 총외채(총대외지불부담)를 초과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말 현재 보유외환은 1,704억달러로 총외채 1,690억달러(3월 말 기준)를 훌쩍 넘어버렸다. 갖고 있는 외국돈만으로 해외에 진 빚을 모두 갚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외환이 모자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으로 간신히 파국을 모면했던 처지에서 외환보유액의 증가는 반가운 일이다. 97년 외환위기 직전에는 보유외환이 37억달러 수준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늘려갈까. 한은의 한 관계자는 “평소에는 큰 것 같은 배수관도 장마 때는 용량이 모자라는 경우가 많다”며 “위기를 겪은 처지에서 튼실한 외환보유액의 존재는 국민경제의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굳이 애쓰지는 않겠지만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보유외환을 늘려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한은은 남북관계 진전 등으로 앞으로 전혀 예기치 못한 자금수요가 생길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이 점차 세를 넓혀나가는 분위기다. 재정경제부는 원론적으로 과다보유를 반대하는 입장이며 무한정 증가하는 외환보유액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학자들도 늘고 있다. 남는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주로 안전자산에 투자하기에 외평채 발행 수익률 등 조달금리보다 운용금리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외환보유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상대적 손실이 늘어나는 구조다. 적정 외환보유액과 관련된 정설은 없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은 있다. 일단 수입 3~4개월분에 1년 미만의 단기외채를 기준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감안된 플러스 알파가 적정외환 수준으로 꼽힌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적정선은 1,100억~1,500억달러 수준. 지난해 총수입액 1,800억달러의 30%(3~4개월분, 540억달러)에 단기외채 규모(553억달러)를 더해 산출된 금액이다. 최근 IMF가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국제기준보다 약 500억달러 정도가 더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보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외환당국이 구체적인 자료를 미공개,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지만 올 평균 외평채 가산금리가 0.7%인 점을 감안하면 1,700억여달러를 보유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12억달러(약 1조3,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보유액 가운데는 사용처가 굳어져버린 경직성 비용도 적지않아 정책운신의 폭을 좁게 만든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보유외환 중 약 14%는 정부가 환율방어를 위해 운용하는 외국환평형기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외환이 쌓이게 된 경로도 문제다. 무역수지 흑자가 주류지만 환율방어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달러가 쌓여간다는 것. 시장개입으로 사들인 달러 가격이 떨어지면 그 피해는 그대로 국민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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