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새정부 정책-경기-업황 불투명 "곳곳 지뢰밭인데… 이 상황에 투자하겠나"

■ 막오른 주총 신사업이 없다<br>2차 전지 등 앞다퉈 진출하던 수년전과 분위기 180도 달라<br>신사업 분야서 성과 안나오자 추가 투자 선순환 고리도 끊겨

국내 한 대기업의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이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올해 본격적인 주총 시즌을 앞두고 저성장 기조 장기화와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주총에서 신사업 진출 의사를 밝히는 기업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서울경제DB


해마다 주주총회 시즌이 되면 회사마다 정관변경 여부가 핵심 안건으로 떠오르게 마련이다. 특히 신사업 진출 등 사업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는 정관변경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여기에 관계자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삼성과 LG 등 주요 대기업이 주총에서 경쟁적으로 신사업 진출을 위한 정관변경을 대대적으로 알렸고 이는 곧바로 경제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곤 했다.

그러나 올해 2013년 주주총회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일부 기업이 추가 신사업 진출을 위해 정관변경에 나설 계획이지만 국지적인 현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위관계자는 "정책 불확실성, 국내외 시장 침체에다 기존 신사업 수익성 악화 등이 겹치면서 내실에 주력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 올해는 '추가 신사업 진출 없다'=태양광, 자동차용 2차 전지, 바이오 등에서 신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삼성그룹은 주요 계열사가 올해 주총에서 추가 신사업을 위한 정관변경을 하지 않는다. 현대자동차ㆍLGㆍSKㆍGSㆍ한화ㆍ두산 등 주요 그룹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A그룹 관계자는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이 정관변경을 통해 서로 앞다퉈 태양광, 자동차용 2차 전지 등 미래 신사업에 대한 진출 의사를 밝혔다"며 "현재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추진하는 신사업에 대해서도 속도 조절을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태양광 사업이 대표적이다. 태양광에 진출한 기업이 투자 및 사업 속도 조절을 통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의료기기 등 다른 업종 역시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현재 추진하는 신사업도 주요 기업이 힘들어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진출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제품 출시를 미루는 기업도 있고 유통업계는 올해 추가적으로 점포 확장에 나서지 않는 등 내실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3대 불투명이 기업 추가 신사업 가로막아=기업이 추가 신사업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우선 새 정부의 정책 불투명성 때문이다. 골목상권 보호 등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방안이 정책으로 어떻게 담길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 한마디로 새 정부의 대기업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추가 신사업 진출은 자칫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올해 신재생 에너지 육성 및 보급 예산을 대폭 줄이는 등 새 정부의 기업ㆍ산업 정책의 방향이 어떨지 예측할 수 없다"며 "정책의 불투명성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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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불투명성 외에 국내외 시장 침체도 한몫을 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경제가 올해 빠르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TV 시장은 물론 반도체 등 주요 시장이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기초 체력인 내수시장마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주요 기업이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다.

덧붙여 현재 추진하는 신사업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도 기업에 부담이다. 현재 추진 중인 주요 기업의 신사업에서 성과가 나오고 이것이 다른 기업 및 그룹의 추가 신사업 진출로 연결돼야 하는데 현재 이 고리가 작동되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의 정책 불투명성, 국내외 경기 불투명성에다 기존 신사업 업황 불투명성 등 이른바 3불(不)이 기업을 짓누르고 있다"며 "이래저래 기업의 신사업 진출 의지가 많이 꺾였다"고 강조했다.

◇기업 기 살리고, 정책 불투명성 제거해야=전문가들은 기업의 신사업 진출 정신을 더욱 고취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책 불투명성을 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대기업 정책은 물론 주요 산업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한 확실한 방향도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미래 유망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물론 일본ㆍ유럽 등 전세계가 유망 산업 육성에 막대한 재원을 쏟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신재생 에너지 예산을 줄이는 등 경쟁 기업 정부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기업 및 산업 정책의 불투명성이 기업의 신사업 진출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흥록기자 rok@sed.co.kr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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