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새누리당·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자력방호법을 처리하기 위한 물밑접촉을 이어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원자력방호법을 단독으로 처리하자는 여당과 방송법을 비롯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이 112개 법안을 함께 처리하자는 야당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날 열릴 예정이던 본회의는 야당 의원 상당수가 불참하면서 끝내 개의하지 못했다.
본회의 개최가 어렵게 되자 여야는 이날 상대방을 향한 여론전에 화력을 집중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창당위원장에게 "본회의에 가장 앞장서 들어와 본회의장에서 토론하자"며 "원자력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의회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야당에 책임을 돌리며 "본회의에 동참하지 않으면 야당은 정략만 있고 국익과 안보는 없다는 국민적 지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신당 간판도 '구태정치연합'으로 바꿔 달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2014년까지 협약이 발효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2012년 당시 선언문만 봐도 올해 말까지 법안을 처리하면 문제가 없다며 새누리당이 '책임 떠넘기기'를 한다고 비판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정부와 여당이 야당과 대화할 생각도 않고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처리를 요구할 사항이었다면 새누리당은 왜 중점처리법안에도 올리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이날 여야 협상이 불발되면서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전까지 법을 처리하기 위한 시한은 더욱 촉박해졌다. 주말을 제외하면 본회의를 열 수 있는 날이 핵안보정상회의 당일인 24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 유연하게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24일 전에 여야가 극적 합의를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국회 일정에서 법 처리가 누락된 것은 기본적으로 여당의 책임"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실수가 있었어도 야당 입장에서 대통령께서 창피를 당할 수 있다면 그런 일이 없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