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내년 전략에 고민 깊어지는 은행들

여건은 나아지는데 수익 낼 방법 찾기 만만찮네<br>저금리 경쟁·각종 규제에 순이자마진 상승 버거워


시중은행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최근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내년도 경영 방향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지만 뾰족한 수익성 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 이번 경영전략회의에서 나온 해법도 저원가성 자금을 늘리고 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한 리스크 관리로 충당금을 미연에 줄이는 등 저금리ㆍ저성장 대책으로 약방에 감초처럼 등장해온 것들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한 시중은행 고위임원은 "경기전망 등에 대한 총론만 있고 뚜렷한 먹거리는 제시하지 못했다"며 "출구전략이 본격화돼 금리라도 올라야 살림이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올해보다는 낫지만 본격 상승 어려워=은행들의 내년도 경영전략회의에서는 경영환경이 올해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일단 올해 STXㆍ동양그룹 등 어려운 기업 사정이 표면화되면서 예측 불가능한 부분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다만 저금리 속 경쟁 심화와 자본 확충, 소비자 보호 등에 따른 각종 규제가 팍팍해지면서 호전된 경영환경이 수익 창출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의 저점은 확인하고 있지만 상승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전략담당 임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 같은 하락세는 없을 것으로 보지만 바닥을 다지는 과정이라 순이자마진(NIM) 상승은 버겁다는 진단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부행장도 "기업의 자금사정은 전반적으로 여유가 있고 수수료 수익을 올리기도 힘들어 마진 개선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동소이한 전략…고민 깊어져=우리은행은 비이자수익 제고와 해외 사업에 공을 들이기로 했다. 특히 비이자수익과 관련해서는 해외로 나가는 기업에 외환, 리스크 관리 등에 대한 각종 솔루션을 제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해외시장에서는 금융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중국ㆍ동남아 시장을 넘어 인도ㆍ터키ㆍ이집트 등 중동으로까지 보폭을 넓혀 향후 5~10년 수익의 전초 기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고위임원은 "예대마진은 줄고 소비자 보호는 더 강조되고 있다"며 "국내시장에서는 금리경쟁 등으로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지고 있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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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분야 경쟁력 확보가 발등의 불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고객 기반 확보 차원에서 저원가성 자금을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출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외환은행의 한 고위임원은 "은행의 재무건전성에 여파가 큰 대기업 비중을 조금 줄이고 중소기업ㆍ리테일 쪽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됐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전략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규제환경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 시중은행 전략담당 임원은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2016년까지 30%로 만들라는 규제는 은행 입장에서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도래할 수 있는 금리 상승기에 금리 변동 리스크를 은행이 다 지라는 말"이라며 "규제환경이 커져 전략적 선택이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한 고위임원은 "건전성은 상대적으로 괜찮아 마진을 올리는 데 역점을 두자는 총론은 나왔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묘책이 없어 더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이번 경영전략회의를 바탕으로 이달 중순 금융지주 주재로 회의를 열어 내년도 경영계획을 확정한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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