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오만 비판…'9·11'전후 6종 출간'미국의 반항적 지식인' 노엄 촘스키가 국내 지식계에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다. '9ㆍ11테러'후 출간된 책만 4종(공저 2종ㆍ회견집 1종). 올들어 모두 6종이나 된다. 지난주 출간된 '촘스키, 9-11'를 비롯, 모두가 미국의 악행을 고발한 책들이다.
이처럼 촘스키의 책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최근 우리사회에서 일고 있는 반미(反美)기류의 영향도 있겠고, 반세기 이상 지속된 친미(親美) 일변도의 문화적 편식에 대한 자연스런 반성일 수도 있겠다.
특히 9ㆍ11 테러 이후 제기되고 있는 '(미국민의 희생에도 불구하고)아프간 민중들에 대한 무차별 폭격과 학살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촘스키에 대한 관심을 더욱 고조시켰다고 볼 수있다.
여하튼 우리에게 있어 미국은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조국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질타해 왔던 미국의 지식인 촘스키가 보여주는 또 다른 미국의 얼굴을 되짚는 일은 일견 가치로운 일이라 하겠다. 그의 주요 저서를 소개한다.
■ 촘스키, 9-11
(박행웅 외 지음ㆍ2001년 12월ㆍ김영사)
지난 9ㆍ11테러 이후 촘스키가 여러 신문ㆍ방송 기자들과 가진 회견 내용을 엮은 회견집. 촘스키는 "아프간의 무고한 시민들을 함부로 살해하는 것은 테러일 뿐이지 테러를 막기 위한 전쟁이 아니"라며 미국 정부에 직격탄을 날린다. 9ㆍ11 테러에 대한 미국의 무력대응은 물론, 폭력적인 대응을 부추기는 주
류 언론과 권력에 줄을 서는 지식계층 역시 촘스키의 공격 대상이다. 그는 역설적으로 9ㆍ11테러의 주범에 지목된 빈 라덴 조직이 미국에 의해 키워졌다는 점을 주목한다.
세계에서 가장 악질적인 테러국가로 주저없이 미국을 꼽는 촘스키는 9ㆍ11테러의 배경은 바로 미국이 세계 각처에서 행한 수많은 악행에서 비롯됐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 불량국가
(촘스키 지음ㆍ2001년 10월ㆍ두레)
이 책에서 촘스키가 말하는 '불량국가'는 다름아닌 미국. 그는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법의 지배'라는 원칙을 무시하고 어떻게 '힘의 지배'를 실행해 왔는지 과테말라, 콜롬비아, 쿠바 등 라틴 아메리카와 동티모르, 베트남, 이라크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미국은 라틴 아메리카 여러 나라에서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게 해 선거를 통해 이뤄진 독자적인 민주정부를 전복시키고 군사 독재자들을 등장시켜 그들이 인권을유린하고 민중에 대한 잔학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지원했다.
■ 숙명의 트라이앵글
(촘스키 지음ㆍ2001년 7월ㆍ이후)
'미국,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이들 세력의 3각관계를 분석한 책. 촘스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는 여러 요소들을 파헤치면서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를 설명하는 한편, 미국과 이스라엘이 밀월 관계를 통해 저지른 범죄적 행위들을 고발하고 있다.
또한 문제를 더욱 심화해온 또 다른 트라이앵글, 즉 지식인려ㅔ“》언론의 본질을 파악하고 극복하지 못한다면 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 3자는 숙명의 트라이앵글에 맞물려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 실패한 교육과 거짓말
(촘스키 지음ㆍ2001년 2월ㆍ아침이슬)
촘스키가 자신의 교육관을 정리한 책. 그는 "현재의 교육체게는 학생들에게 거짓을 가르치고 있다"며 현실 교단의 위선을 고발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쳐야 하는 학교가 순종을 강요하고, 독립적인 사고를 가로막는 통제와 억압 시스템으로 제도화 돼 있다는 것이다.
촘스키는 '깨어있는 교육'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교사가 진실을 가르치고, 진실을 깨달은 사람들과 연대하고, 방관자가 아닌 행동하는 참여자로 나서고, 학생들도 그 대열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촘스키 지음ㆍ2000년 3월ㆍ이후)
촘스키의 정치 사회 비평의 대표작인 'YEAR 501'을 완역한 책. 1492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정복 이후 오늘날까지, 500년 제국주의 역사와 미국의 침략사를 가장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 책은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정복 150주년을 맞아 축제의 분위기에 들뜬 서구에 강력한 경고를 주고자 1992년에 씌어져 그 이듬해 출판되었다.
촘스키는 " 콜럼버스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다름 아닌 '유럽의 나머지 세계에 대한 정복'의 필연적 결과"였음을 갈파하면서 서구의 침략욕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
(촘스키 지음ㆍ1999년 7월ㆍ모색)
신자유주의를 비판한 촘스키의 평론들을 모은 책이다. 신자유주의란 레이건과 대처에게서 시작돼 20년 가까이 전세계의 정치ㆍ경제를 규정하고 있는 패러다임. 노암 촘스키는 이 책에서 글로벌리즘과 함께 전세계로 번져나간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을 복지부문의 축소, 모든 기업의 민영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으로 꼽는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질서에 따른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성장이란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철저하게 친자본-반노동적인 정책이라는 것.
그는 또 신자유주의는 자본축적과 생산의 효율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왜곡된 분배, 착취와 불평등, 생태계 파괴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했다고 강조한다.
문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