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를 당한 미래저축은행의 김찬경 회장이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회사 돈 200억원을 미리 빼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감독 당국의 고무줄 검사와 무원칙에 저항해왔던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들을 머쓱하게 하는 행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 회장은 우리은행 수시입출금계좌(MMDA)에 넣어둔 미래저축은행 예금 200억원을 지난 3일 인출했다. 이후 김 회장은 중국으로 도주하려 경기 화성시 궁평항에서 해양경찰에 체포됐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은행은 고객의 돈을 맡아 운영하는 곳으로 CEO에게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책임감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1~3차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불법을 저지를 오너 등은 많았지만 해외도주를 시도한 사례는 없었다.
도주는 중소기업인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이런 결과는 예정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김 회장은 30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짜 서울법대생' 사건의 주인공이다.
그는 1981년 서울대 법대 교수의 주례로 결혼을 했다. 과대표까지 했던 교내 마당발이었기 때문에 재학생 상당수가 참여했다. 하지만 들통이 났다. 김 회장은 서울대는커녕 대학에도 못 가본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김 회장은 사업에는 성공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땅을 산 뒤 건설업체와 함께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지주공동개발로 큰돈을 만지게 됐다.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12월 부실사인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이후 자신이 갖고 있던 회사 3곳을 정리해 미래저축은행 자본금을 마련하고 충남ㆍ서울 등으로 영업망을 확장했다.
김 회장의 추진력 덕에 미래저축은행은 성장가도를 달렸다. 일수 대출 등 특화된 시장을 공략해 성공을 거뒀다. 자산은 크게 늘어났고 골프장도 사들였다. 미래2저축은행도 추가로 인수했다.
그러나 다른 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경기침체 등으로 연체율이 높아졌고 최태원 SK 회장에게 거액의 차명대출을 했다 구설에 올랐다. 특히 미래는 현재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는 다이아몬드 개발회사 씨앤케이인터내셔널의 2대 주주로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