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을 창업한 초보 사장들이 시작 전부터 골머리를 앓는 문제가 지분에 대한 멤버들 간의 마찰이라고 합니다.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투자해 법인을 설립하고 주식회사를 세우게 되면 누가 회사의 최대주주가 될 것인지, 서로 이견을 갖게 됩니다. 멤버들은 자기가 회사의 오너십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은연중에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인 중에도 초기 지분을 놓고 동업자와 갈등을 겪은 뒤 사업을 포기하고 갈라선 사례가 있습니다.
“자본금도 제가 충당하고 인력도 섭외했는데 초기 아이템이 자신의 것이라는 이유로 지분의 3분의 1을 요구하는 창업 멤버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개발자로서 경력이 좀 있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지분을 달라는 게 말이 됩니까?”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벤처기업 A사 대표는 지분을 나누는 과정에서 이미 균열 조짐을 보였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주식을 분배했는데도 처음부터 지분 확보에만 욕심냈던 개발자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떠났다는 것입니다. A사 대표는 사업 경험이 없었던 탓에 계약서 조항에 ‘자의에 따라 퇴사를 하면 회사 지분을 반납한다’는 조항을 뚜렷하게 명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직원이 스스로 지분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바람에 법률적으로 분쟁을 겪고 있습니다.
◇대표이사 지분 66.6% 이상 확보해야
주식회사를 세울 때 상법상 발행 주식은 최소한 1주 이상이어야 합니다. 또한 발행 주식의 액면가격은 최소한 100원 이상이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자본금이 100원 이상’만 되면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자본금이 100원인 회사는 거의 없다고 봐야합니다. 대학생 창업이나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적게는 10만~100만원으로 자본금을 정하고 회사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자본금이 5,000만원 이상 되어야 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규정은 없어졌습니다.
후배 기업인이나 창업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은 저에게 묻고는 합니다. 자본금을 처음에 얼마로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냐고 말입니다. 솔직히 정답은 없습니다. 무조건 자본금이 많으면 좋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세금 문제도 있고 자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업종에 따라서 천차만별이지만, 지식서비스 또는 컨텐츠 사업을 진행하는 벤처기업의 경우 전문가들은 자본금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가 이상적이라고 설명합니다. 자본금이 너무 적으면 나중에 벤처캐피털(VC) 투자를 받을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가령 자본금이 100만원인 기업의 경우 1억원만 투자를 받아도 회사 자본금의 100배수를 투자 받게 됩니다. 돈을 주는 사람들이 투자협상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적어도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로 자본금을 정하는 게 좋다는 조언입니다.
아울러 초기 멤버들 간에 지분을 놓고 이견을 겪을 수 있지만 대표이사의 지분은 3분의 2 이상을 가져가는 게 좋다고 합니다. 적어도 51%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 정도는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동업자 4명이 25%씩 공평하게 나눈다? 절대 금물!
기술자 4명이 창업을 한 벤처기업 B사의 사례는 많은 교훈을 줍니다. 반도체 분야에서 오랫동안 기술을 축적해온 전문가 4명이 함께 동업을 한 경우입니다. 100% 지분을 서로 공평하게 나눴는데 각각 25%씩 나름 ‘합리적으로’ 분배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업이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하자, 초기 멤버들 간에 불협화음이 발생했습니다. 대표이사를 맞고 있는 친구를 질투한 나머지 멤버가 크고 작은 일로 다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회사 내에 파벌이 생긴 것입니다. 당시 코스닥에 상장하려고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었는데 4명의 주주 중에서 2명의 친구가 코스닥 상장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다된 밥에 재를 뿌린 격이었습니다.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뒤 B사 대표이사는 창업 초기에 자신이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 것을 땅을 치면서 후회했다고 합니다. 초기에 시작할 때에만 해도 잘 되면 서로 사이좋게 수익을 나눠 먹자고 ‘도원결의(桃園結義)’를 맺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벤처업계 속설이 있습니다. 사업이 망하면 멤버들끼리 싸우지는 않는데, 오히려 대박이 나면 소송전이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순수한 마음으로 지분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지만, 결국 돈을 벌기 시작하고 투자가 이뤄지면서 갈등의 골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창업 초기에 대표이사가 확실하게 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게 옳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창업을 하게 되면 절대로 ‘공평하게’ 지분을 나누지 말고 ‘불공평하게’ 지분을 쪼개는 것이 좋습니다.
◇지분으로 동기부여 하겠다는 생각은 위험
직원들에 대한 지분 문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여러 기업을 설립하고 매각한 경험이 있는 중견 사업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지분을 줘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생각은 버리세요. 지분을 받아봤자 고맙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나중에 분란만 일어납니다. 정 필요하다면 스톡옵션을 주면 됩니다.”
저 역시도 창업 이후 지분 문제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필요한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스톡옵션이나 회사 주식을 주는 방안을 진지하게 생각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지분을 준다고 해서 무조건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내 사업처럼 생각할 것이라는 믿음은 순진한 발상입니다. 지인들의 조언에 따라 저 역시도 지분 보다는 성과급이나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당근’을 주려고 합니다. 회사가 성장하게 되면 주식을 추가 발행해서 증자를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액면가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주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직원들의 소속감을 높이고 지분에 대한 불필요한 잡음을 줄일 수 있습니다.
‘주식에 투자해서 초대박을 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자신이 세운 회사를 성공시켜서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매출을 일으키고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 된다면 그 회사의 주식은 당연히 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여물지도 않은 지분을 놓고 다툴 게 아니라 회사를 키워 열매를 나눌 생각을 하는 게 진정한 벤처 기업인의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안길수. 벤처사업가. (주)인사이트 컴퍼니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