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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를 살 때 망설여지는 부분 중의 하나가 애프터서비스(AS)다. 수리를 맡기면 국산차에 비해 대기시간이 길고 비용도 많이 든다. 수입차 대표들이 기자간담회 때마다 "수리 대기시간을 반으로 줄이겠다"거나 "서비스센터를 대대적으로 확충하겠다"고 하는 것도 뒤집어 보면 현재 AS망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수입차 가운데 AS망이 가장 좋은 곳은 어딜까. 서울경제신문이 주요 수입차 업체 13개와 트럭 3개사를 분석해본 결과 서비스센터 접근성은 BMW와 벤츠가 좋았고 처리능력은 재규어와 포르쉐가 최고였다. 트럭에서는 볼보가 가장 우수했다. 차량 선택의 기준은 여러 가지이지만 AS를 고려하는 소비자라면 반드시 따져봐야 하는 부분이다.
우선 13개 브랜드 가운데 작년 말 현재 서비스센터가 가장 많은 곳은 BMW로 43개였다. 누적 국내 판매량(2005~2014년) 1위사답게 서비스센터가 많았다. 고객 입장에서는 전국 어디서나 센터를 찾아가기가 편하다. 2위는 메르세데스 벤츠로 34개였다. 3위는 폭스바겐(28개)이었고 4위는 미국 업체인 포드로 27개였다. 아우디는 판매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25개로 5위에 올랐다. 1~5위 중 독일차 업체가 4개나 됐다.
실제 수리 능력은 달랐다. 서비스센터에는 워크베이(차 1대를 수리할 수 있는 공간)가 있다. 서비스센터가 많더라도 워크베이 숫자가 적으면 수리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센터 수는 다소 적어도 워크베이가 많으면 수리를 빨리 받을 수 있다. 특히 판매량 대비 워크베이 숫자가 중요하다.
본지가 확인해보니 워크베이 1개당 누적 판매차량(2005~2014년) 대수는 재규어·랜드로버가 161.2대로 가장 적었다. 2위는 포르쉐(241.6대)였다. 고급 스포츠카인 포르쉐는 10년간 판매량이 약 1만대 수준이었지만 6개의 정비센터와 40개의 워크베이를 갖추고 있다. 3위는 BMW로 248.6대, 4위는 볼보로 273.8대였다. 볼보의 경우 국내에서 판매량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지만 AS 처리능력은 뛰어났다. 벤츠(284.9대)와 도요타(302.6대), 포드(321.1대)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혼다와 닛산 등은 AS망이 열악했다. 혼다는 서비스센터가 13개이고 워크베이 1개당 판매대수가 무려 615.9대에 달했다. 닛산도 센터 14개에 워크베이당 대수가 403.9대였다. 워크베이 처리 대수가 400대를 넘는 것은 두 브랜드가 유일했다.
트럭에서는 국내 1위인 볼보트럭이 압도적이었다. 볼보는 전국 27개 서비스센터에 270개의 워크베이를 갖추고 있다. 워크베이당 차량 수는 38.8대에 불과하다. 2위는 스카니아로 21개 센터에 184개의 워크베이로 81.5대의 처리능력을 갖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푸조와 다임러트럭은 워크베이 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푸조의 센터 수는 22개로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워크베이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다임러트럭은 센터 수가 14개로 트럭 3개사 중 가장 적었는데 워크베이 수를 알리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워크베이 수가 적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보고 있다. 적정한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외부에 못 알릴 이유가 없는 탓이다.
앞으로는 AS와 관련해 양극화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아우디가 서비스센터 15개를 올해 중 신설하는 것을 비롯해 BMW와 벤츠가 센터 10~11개를 더 만들고 포르쉐도 워크베이를 40개에서 51개로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의 관계자는 "수입차를 고를 때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AS"라며 "서비스센터의 수도 중요하지만 실제적으로 수리를 받을 수 있는 워크베이의 수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