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가·채권 동시폭등 기현상
FRB 금리인하 시사에 나스닥 사상최대 급등
5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 주가와 채권 가격이 동시에 폭등하는 보기드문 현상이 빚어졌다.
이날 나스닥 주가는 사상 최대인 10.48%나 폭등했고 다우지수도 3.21%나 올랐다. 미 재무부채권(TB) 가격 상승으로 TB 수익률은 지난 2월 이후 가장 큰 폭인 0.11~0.13%포인트씩 하락했다.
이날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금리인하 시사 발언이 뉴욕 금융시장을 순식간에 달뜨게 만든 것이다. 뉴욕 증시에는 지난 10년여 동안 지속돼온 연말 랠리(상승)가 이번에도 재연될 것이란 희망이 커지고 있다. 월가의 황제답게 그린스펀 의장이 말 한마디로 월가 분위기를 바꿔놓은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 경기가 예상외로 급격하게 둔화되면서 소프트랜딩이 아니라 불황으로 치닫는 하드랜딩의 길을 걷고 있다는 불안감이 컸다. 게다가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과 불투명한 중동 정세로 인해, 하드랜딩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인 금리인하를 사용하기 힘들지 모른다는 우려도 큰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날 그린스펀 의장은 뉴욕에서 열린 지역은행가회의에서 강도높게 금리인하방침을 시사, 금융시장을 달궜다. 그린스펀 의장은 "FRB가 경제성장의 급격한 둔화를 경계하며 경제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해 금리인하 채비를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평소의 조심스러운 화법에서 벗어나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칠 의도를 담은 발언이었다.
이에 따라 오는 19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RB의 정책기조가 '인플레 우려(bias)'에서 '중립(neutral)'으로 바뀔게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이어 내년 3월 FOMC에서는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게 월가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그린스펀이 이처럼 강도높게 정책기조 변경을 시사한 것은 증시붕괴로 인한 하드랜딩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실물경제의 순탄한 하향안정세에도 불구, 에너지 파동이나 증시붕괴가 발생할 경우 경기가 불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기 때문이다.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처방이 금리 인하였고 그린스펀은 이 무기를 적절한 시점에 빼들어 월가의 기대에 부응한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연말 랠리가 확실히 나타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나스닥 첨단기술주들의 실적부진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나스닥지수 3,000선 돌파여부가 연말 랠리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지표라며 주시하고 있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