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영국에선 ‘세기의 결혼’이 다시 열린다. 지난 80년 다이애나와 결혼했던 찰스 왕세자가 25년만에 카밀라 파커 볼스와 다시 한번 백년가약을 맺는 것. 다이애나와 결혼하기 전부터 연인 관계였던 이들의 결혼을 앞두고 그들의 얼굴을 본뜬 가면과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는 등 영국은 이상한(?)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EBS는 이들의 결혼을 사흘 앞둔 6일 다큐멘터리 ‘세기의 결혼: 찰스 왕세자와 카밀라 파코 볼스’를 오후 10시 방영한다. 영국 BBC에서 제작한 이번 다큐멘터리는 이들의 결혼발표가 난 2월에 제작돼 지난 3월 말 방영된 바 있다. 프로그램은 왕실의 인기가 날로 떨어지는 지금, 영국 국민들이 왕세자의 재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카밀라의 전기작가를 비롯해 30여년간 이들을 지켜봤던 왕실 출입기자, 다이애나 개인비서 등의 증언을 통해 이들 둘의 만남부터 결혼까지를 조명해 본다. 8일 열리는 이번 결혼은 영국 왕위 계승자가 처음으로 거행하는 재혼식으로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보다 외모도, 집안 배경도 떨어지지만 사랑엔 그 어떤 장벽도 소용없다는 건 증명이나 하듯, 이들은 71년 처음 만난 이후 30년 넘게 서로를 기다려 왔다. 이번 결혼을 두고 영국 왕실의 눈은 대단히 이중적이다. 영국 정부는 찰스 왕세자가 왕위를 계승하는 한 파커 볼스가 왕비가 되지 않을 길은 없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러나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이들의 결혼을 지지한다고는 했지만 결혼식엔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TV중계 역시 결혼식은 하지 않지만 이어 열리는 축복식은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왕실사를 뒤져 보면 과거에도 정부(情婦)에 대한 기록이 나와 있지만 지금과 같은 높은 관심은 언감생심. 100여년 전 당시만 해도 영국의 왕실은 위엄한 성역,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실이 한낱 상징으로 전락한 요즘,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타블로이드 신문을 비롯한 파파라치들의 좋은 먹잇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