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정승 식품의약품안전처장

日수산물서 방사능 미량이라도 검출땐 수입 차단<br>방사능 관리 세계 최고수준… 우리 수산물 안심해도 돼<br>비양심적 불량식품업체 처벌 강화해 시장서 영구 퇴출<br>의약품심사 경쟁력 높여 바이오산업 신성장동력 키울것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을 갖고 수산물이 수입될 때마다 정밀검사를 하고 있고 미량이라도 방사능이 검출되면 수입이 안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을 확실히 통제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실시할 계획입니다."

정승(55ㆍ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추석 연휴 직전 서울 목동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산물을 먹는 데 있어 국민 한 사람이라도 불안해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연근해에서 바닷물 오염 여부를 주기적으로 검사하고 있는데 문제가 없는 만큼 우리 수산물은 믿고 소비해달라고 당부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 유출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 6일 일본 후쿠시마를 비롯한 일본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특별조치를 발표했지만 국민들은 과연 일본산 수산물을 먹어도 되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처장은 "우리나라의 방사능 관리는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안심해도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산 수산물의 세슘 허용기준치를 370베크렐(㏃/㎏)에서 100베크렐로 강화했습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입니다. 일본 10개 현의 수산물을 전면 수입 금지하고 있는 중국도 나머지 현은 기준치 800베크렐을 적용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500베크렐, 국제권장기준은 1,000베크렐, 미국은 1,200베크렐에 이릅니다."

현 기준치인 100베크렐로 오염된 생선을 13㎏(연간 국민 1인당 생선 섭취량) 섭취하면 연간 0.017밀리시버트(mSv)의 방사능에 노출된다. 이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제시하는 노출 정도 기준치 1밀리시버트의 10분의1 수준이고 자연적으로 노출되는 방사능 피폭량의 0.7%에 불과하다.

정 처장은 "기준치 이하 수치가 나온 수산물도 방사능 검사 증명서를 내게 하는 등 '이중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6일 특별조치에서 100베크렐에 훨씬 못 미치는 미량의 세슘이라도 나오면 스트론튬ㆍ플루토늄 등 다른 종류의 방사능 안전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안전증명서를 준비하는 데는 보통 4~6주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량의 방사능이라도 나오면 사실상 수산물 수입이 차단된다.

정 처장은 "유통ㆍ수입 업체 입장에서는 4~6주 동안 수산물 통관을 기다리기 어려워 사실상 자진반송하고 다른 나라에 팔기 마련"이라며 "이는 방사능이 아주 조금이라도 든 일본 수산물은 사실상 수입이 어렵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후쿠시마를 비롯한 인근 8개 현의 수산물은 방사능 검출 유무와 상관없이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일본 연근해에 있던 명태나 다랑어가 러시아나 태평양 먼바다로 이동해 잡히는 경우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태평양이나 대서양 먼바다에서 잡히는 생선도 철저히 검사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식약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러시아 등 태평양산 명태ㆍ고등어ㆍ꽁치ㆍ다랑어ㆍ가자미 등 6개 어종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고 8월26일부터는 검사 횟수를 주 1회에서 2회로 늘렸다. 검사 결과 미국산 다랑어 2건과 피지산 상어 등 3건에서만 0.2~4베크렐의 극히 미미한 방사능이 검출됐을 뿐이다.

국내산 수산물도 2011년부터 올 8월까지 총 1,069건을 검사한 결과 모두 기준에 적합했으며 우리나라 연근해 27개 지점 바닷물 오염 검사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렇듯 과학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국민들의 불안이 가시지 않는 이유를 정 처장은 정부의 소통 부족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민 5,000만명 중에 한 사람이 문제가 생겨도 그 사람이 자기 자신이거나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 한 사람도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언론을 통한 설명, 간담회, 검사현장 공개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불량식품 근절로 화제를 돌리자 지금까지의 호소하는 듯한 말투가 한층 단호한 어조로 바뀌었다. 정 처장은 "지금까지 불량식품 사범은 영세한 업체가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라며 관대하게 처분하는 관행이 있었다"며 "하지만 먹거리 문제는 국민의 안전과 행복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비양심적인 불량식품 업자는 영원히 퇴출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식약처는 6월 식품위생법을 개정해서 내년부터 불량식품을 제조ㆍ판매한 업체에 대해 형량 하한제와 부당이득 10배 환수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형량 하한제는 식품위생 사범에 최소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이고 환수제는 불량식품을 유통시켜 벌어들인 이득은 최고 10배까지 환수하도록 한 제도다.

정 처장은 식품안전관리기준(HACCP) 제도를 활성화해 안전한 제품만 소비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HACCP은 식품의 원재료 단계에서 소비자가 구입하기까지 전 제조ㆍ유통 단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해요소를 찾아내 이를 제거한 후 정부의 인증을 받는 제도다.


정 처장은 "HACCP은 불량식품을 유통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중요한 제도임에도 도입률이 1.5%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HACCP 의무적용 대상을 넓혀서 식품 업체는 반드시 HACCP 인증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도 HACCP 인증마크가 붙지 않은 식품은 사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불량식품 문제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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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강화와 사회 분위기 조성이면 충분할 법도 하지만 정 처장의 눈은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전한 식품을 '만들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그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는 최근 라면 수프와 천연물 신약 등에서 검출돼 논란이 된 발암물질 벤조피렌을 예로 들었다.

"벤조피렌은 열을 가하면 저절로 생겨납니다. 담배나 삼겹살을 구워먹을 때도 나오죠. 따라서 이 물질의 검출량을 일일이 규제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열을 가하더라도 벤조피렌이 덜 생기거나 안 생기게 하는 방법을 연구해야죠. 농약이 위험하면 농약을 덜 쓸 수 있게 천적을 이용하거나 농약이 필요 없는 종자를 개발해주는 것도 좋은 해결책입니다. 규제를 앞세워 안전관리만 할 게 아니라 이렇게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식약처는 농림축산부ㆍ해양수산부 등 각 부처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근본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해나갈 것입니다."

식약처의 또 다른 핵심 임무인 의약품 안전관리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웨일즈제약의 유통기한 조작과 어린이 타이레놀시럽의 원료 과다사용 등 의약품 안전을 뒤흔드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보건 당국의 안전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 차장은 "최근의 사건들을 통해 다국적 기업이나 잘 알려진 기업이라도 관리를 철저히 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특히 우수의약품제조관리(GMP) 승인 이후에도 이를 허가한 사항대로 잘 지키고 있는지 검사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GMP는 식품의 HACCP처럼 의약품 안전관리를 인증해주는 중요한 장치이지만 인증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지 않으면 안전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

정 처장은 의약 산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내비쳤다.

"현재 세계 의약품 시장은 전통적인 화학 소재에서 바이오 소재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우리는 이 바이오기술에 큰 강점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출시하고 항체바이오시밀러 품목이 유럽 승인을 받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바이오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야 할 중요한 산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 처장은 "기업도 기업이지만 먼저 식약처 스스로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힘을 주어 말했다. 의약 산업은 신뢰성 있는 허가심사 등 안전관리 시스템을 토대로 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의약품 규제 당국의 허가심사 수준이 널리 인정받는 곳이 제약 산업 경쟁력도 강한 이유다.

정 처장은 "각국의 의약품 제조ㆍ품질관리 기준을 상호 인정해 수출입을 원활하게 해주는 의약품 실사 상호협력기구(PIC/S)에 오는 2015년까지 가입하고 선진국가의 허가심사, GMP 실사정보교환 협정 추진 등을 통해 국내에서 허가되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허가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He is…



▲1958년 전남 완도 ▲1979년 행정고시 23회 합격 ▲1981년 전남대 경제학과 졸업 ▲1989년 미국 아이오아주립대 석사 ▲1999년 농림부 기획관리실 기획예산담당관 ▲2001년 농림부 농촌개발국장 ▲2002년 농림부 식량생산국장 ▲2005년 농림부 농업구조정책국장 ▲2006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원장 ▲2007년 농림부 농촌정책국장 ▲2008~2009년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본부장 ▲2009년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원장 ▲2010~2011년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2011~2013년 한국말산업중앙회 회장



■ 정 처장은
'발이 부지런한 자에 복 있다'… 수산시장 등 현장 누벼




인터뷰에 앞서 인사를 나눈 정승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눈에 띄게 초췌한 모습이었다. 볼이 푹 꺼졌고 눈을 잘 못 뜰 정도로 얼굴이 부어 있었다. 실제로 최근 살이 3㎏ 빠졌단다. 지난 몇 주간 일본 방사능 오염 수산물 논란 때문에 인천항과 부산항ㆍ노량진수산시장 등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쉴 틈 없이 뛰어다녔으니 그럴 만도 싶었다. 정 처장은 "모르는 게 많아서 현장과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배우려다 보니 부지런히 뛸 수밖에 없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정 처장은 '발로 뛰는 행정가'로 유명하다. 평소 신조가 '발이 부지런한 자에게 복이 있다'일 정도다. 지난 2000년 농림부 정보통계관으로 근무하면서 농촌에 인터넷을 보급해 도농 간 정보격차를 해소한 것과 2008년 음식점 메뉴판에 식재료 원산지를 표기하도록 한 것 등이 발로 일궈낸 대표적인 작품이다.

"농림부 정보통계관 시절이던 2000년 막 인터넷 보급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도시와 달리 농촌은 인터넷 보급이 지지부진했죠. 이대로 놔두면 정보격차로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때부터 국회와 각 부처, 학계 전문가, 인터넷케이블, PC 제조 업체 등을 밤잠 안 자고 뛰어다녔습니다. 인터넷을 깐 이후에는 지방대학생을 찾아가 지역주민들에게 인터넷 사용법을 가르치도록 다리를 놓기도 했죠. 처음엔 불가능해 보였는데 그렇게 뛰어다니니까 되더라고요."

정 처장의 발로 뛰는 행정으로 식약처 내부 업무문화도 바뀌고 있다는 전언이다. 규제ㆍ집행기관의 특성상 주어진 일만 하려고 했던 성향이 능동적으로 뛰어다니는 스타일로 바뀌고 있다는 것.

식약처의 한 관계자는 "미승인 유전자 재조합 밀 혼합 사건 때는 한 달이 넘도록 실무자들과 각 지방청 직원들이 모여 아침부터 밤까지 토론하고 현장을 찾아 다녔다"며 "발로 뛴 결과물들로 사회가 바뀌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고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정 처장은 "식약처 승격으로 식약처의 위상과 책임이 커진 만큼 직원들에게도 주인의식을 갖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라고 당부한다"며 "국민들이 아무 걱정 없이 먹거리ㆍ화장품 등을 이용할 수 있을 때까지 발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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