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기아차를 인수할 당시만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연』이라는 의문 부호를 달았다. 하지만 불과 1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상당한 성과』라고 입을 모은다. 기아차는 올해 1,400억원 이상의 창사 이래 최대 흑자를 예상하는 등 부실기업에서 우량기업으로 자리를 바꿨다.◇1년만에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창사 이래 최대인 1,400억원의 흑자를 비롯해 매출·부채비율 등 재무지표는 「회생」의 단서를 제공한다.
올 중반부터 풀가동에 들어간 기아차는 판매 목표치인 83만7,000대를 초과 달성할 전망이다. 「레저용차량(RV) 전성기」를 만든 카니발·카렌스·카스타 등 「카 3형제」의 계약이 수개월 밀려있다는 점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기아차의 이같은 경영정상화는 4조8,000억원에 달하는 채권단의 부채탕감·현대의 1조원 출자 등으로 인한 금융비용 감소와 인력 등 자구노력 및 현대와의 시너지효과, 자동차시장의 호전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한 결과다.
기아차는 이를 통해 지난 97년말 810%를 웃돌았던 부채비율을 지난 상반기 346%로 대폭 낮춘데 이어 연말에 170%대로 줄일 계획이다. 특히 채권단의 출자전환 이후 기아차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 채권단과 기업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모두 이익을 본 대표적인 「윈-윈」사례로 떠올랐다.
현대와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거두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 97년 부도사태 이후 카렌스 등 이미 개발을 완료한 RV차량을 자금부족으로 생산하지 못하다가 현대의 인수로 비로소 빛을 보게 됐다. 연구개발(R&D), 일부 서비스 및 물류 등을 통합, 비용구조를 건실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해결 과제는 아직 남아있다=기아차는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국세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법인세 징수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 국세청은 탕감부채에 대해 6,000억원의 법인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기아차는 이럴 경우 정상화 일정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따라 대외 이미지 제고를 위해 법정관리에서 탈피하려는 기아차의 계획도 지연되고 있다.
또 기아차가 앞으로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어떤 사업방향을 갖느냐도 관심거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아차의 올해 실적은 RV의 판매 급증, 자동차 시장의 호전 등 운이 따라준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며 『현대와 함께 어떤 시너지효과를 거두며 사업방향을 정하느냐가 향후 성장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내년 기아차의 생산목표인 110만대를 포함, 연간 288만대의 생산체제를 갖출 현대차 소그룹이 GM의 대우 인수, 빅 5~6업체 중심의 재편 등 대격변기에 놓인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갖는냐가 기아차 성장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기성기자BSTAR@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