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코스닥시장 분리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자본시장의 심장인 한국거래소는 2005년 1월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선물거래소가 통합돼 출범했다. 통합거래소는 현재 상장사 1,839개 기업의 가치(시가총액)가 1,500조원을 돌파하는 데 주춧돌이 됐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은 모험자본을 활성화한다는 코스닥 본래의 기능이 위축됐다는 지적이 나왔고 결국 코스닥 분리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또 세계 주요 거래소들이 금융위기와 저성장시대를 맞아 경쟁력 제고를 위해 통폐합에 나서는 상황이라 우리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코스닥시장의 분리와 바람직한 구조개편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찬성-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시장 확대 불구 상장사 수는 정체상태

구조개편해 모험자본시장 기능 회복을


코스닥시장 구조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다양한 개편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모험자본시장인 코스닥시장이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현 체제를 전면 손봐야 한다는 쪽으로 논의의 가닥이 잡혀가는 것으로 판단된다. 코스닥시장은 지난 2005년 한국거래소에 소속된 본부로 편입된 후 모험자본 유치를 통한 경제활력 제고라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유가증권시장 진입 전에 잠시 머무는 정거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여러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과 얼마 전까지 소위 '닥'으로 끝나는 시장들 가운데 가장 성공적 사례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을 보면 현재의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 사실 통합 이후 코스닥시장은 나름 견조한 양적 성취를 이뤘다. 2004년 말 890개였던 상장사 수가 올해 5월 말에는 1,069개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시가총액도 31조원에서 192조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신규 상장사 수는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창업 후 상장 시점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2000년대 초반 7년에서 최근에는 14년까지 늘어났다. 자금수요자인 기업의 입장에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물론 상황이 여기에 이른 데는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상장요건이 지속적으로 강화된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독점적 시장환경 유지를 목적으로 보수적인 행태를 강화해온 거래소의 행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2005년의 거래소 통합은 별다른 필요성이나 논리적 기반 없이 진행됐던 것이 사실이다. 코스피200 선물과 옵션의 선물거래소 이전 계획에 따라 막대한 규모의 수수료 수입을 상실할 위험에 처해 있던 증권거래소가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선물거래소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통합 명분을 강화하기 위해 코스닥시장까지 포함됐던 측면이 강하다. 규모의 경제 성취를 통해 절감된 비용이 사회 전체의 후생으로 귀결되는 것은 시장 경쟁으로 실현된다. 경쟁이 결핍된 환경에서 비용절감은 독점조직 구성원의 지대로 귀속될 가능성이 더 높다.


코스닥시장이 다시 분리되면 소속 기업이 유가증권시장으로 많이 이동해 독자적 생존이 어렵다는 이유로 구조개편에 반대하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보다 훨씬 척박했던 2000년대 초반에도 코스닥시장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모험자본 시장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습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구조개편을 통해 주어지는 독립성을 활용한다면 굳건한 영업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 보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이유로 코스닥시장의 독립을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코스닥시장 투자는 본질적으로 상당 수준의 위험을 전제로 해 원칙적으로 투자자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투자자 보호는 시장규율을 강화함으로써 해결할 문제지 상장이나 거래요건을 강화함으로써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거래소 구조개편에 대한 여러 방안이 제시되는 상황에서 개편의 요체는 코스닥시장이 본연의 벤처정신을 회복해 모험자본시장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확립하는 것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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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벤처 상장 활성화, 정책 개선으로 가능

국제자본시장 경쟁력 제고 고민부터


최근 코스닥시장을 통합거래소로부터 분리하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심하다.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측의 요지는 이렇다. 코스닥시장의 본질적 성격은 기술 기반의 벤처기업이 자유롭게 상장되고 거래되는 혁신적 시장이지만 지난 2005년 이후 통합거래소 체제에서는 혁신과 창의가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고 있어 코스닥시장을 분리·독립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리·독립을 반대하는 측은 과거 벤처 열풍은 영광도 컸지만 옥석을 무시한 무분별한 상장과 그에 따른 수많은 상장폐지로 이어지면서 투자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주장한다. 또 통합 후 코스닥시장은 통합거래소의 안정적 경영체제하에서 건전성과 투명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이제는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신시장의 기수가 됐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벤처기업 상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분리·독립이 아니라 코스닥시장의 상장정책을 차별화하는 것으로도 충분하고 이러한 코스닥 활성화 정책은 최근 몇 년간 코스닥위원회의 독립과 중소규모 기업의 코스피시장(유가증권시장) 상장 제한, 기술력 있는 기업의 특례상장 확대 등으로 상당 부분 이뤄졌다는 것이다.

분리·독립에 반대하는 측의 주장이 더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지만 분리론의 주장도 어느 정도 타당한 면은 있다. 따라서 어느 한쪽의 주장만 지지하는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세계 자본시장에서의 한국거래소의 포지셔닝'이라는 보다 큰 과제를 두고 바람직한 개편방안을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개발도상국처럼 존재감 없는 국지적 자본시장이 아니다. 수십 개의 우리 기업이 해외 거래소에 상장돼 있고 다수의 외국 기업 역시 우리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한국거래소는 세계적 거래소인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 유럽 유렉스와 연계거래 체제를 만들어 24시간 거래 체제를 구축해가고 있다. 국제적인 환경을 살펴보면 세계 자본시장의 통합과 거래소 간 경쟁 격화로 주요 거래소들은 지주회사 전환 및 기업공개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거래소 간 인수합병(M&A) 및 전략적 제휴로 동맹그룹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며칠 전 금융위원회는 코스닥시장 개편과 거래소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과 기업공개 방침을 발표했다. 물론 체제 개편의 당위성이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아 최선의 결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은 한가롭게 국내에서 코스피와 코스닥 간 경계선이나 그을 때가 아니라 거래소가 '주식회사 한국호'의 첨병이 돼 국제자본시장에서 국익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경쟁력을 혁신해야 할 때라는 점을 감안하면 차선의 결정은 될 수도 있겠다.

지주회사로 전환해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달성하고 안정된 경영을 토대로 종합적인 전략기획으로 무장한다면 세계자본시장의 혁명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지주회사 체제하에서 코스닥시장의 독립적 운영과 차별적 상장정책을 충분히 보장함으로써 양 시장 간 실질적인 경쟁을 도모하는 것이 현시점에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노파심에서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거래소 자회사들을 모두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합리도 논리도 없는 자폐증적 구상이 혹시라도 있다면 조기에 폐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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