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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영화 '마돈나'를 보는 경험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에 묘사된 한국 사회의 어둠은 깊고 짙다. 어떤 재벌은 생명의 불씨를 어떻게든 이어가기 위해 하루 300만원 짜리 병실에서 차지하고 있는 반면 뚱뚱하고 못 배운, 가난한 여성은 그 부자의 생명유지를 위한 도구가 된다. 우리 사회가 실제로도 그럴까.
한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해림(서영희 분)이 세상에 무관심해 보이는 것은 이런 삶의 치졸함을 충분히 깨달았기 때문일 테다. 아무 것도 비추지 않는 텅 빈 눈으로 모든 일을 무감각하게 처리하는 그녀. 그러던 어느 날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진 임신한 여성 미나(권소현 분)가 의식불명인 채로 그녀 앞에 나타난다. 재벌 2세 상우(김영민 분)가 사지마비로 호흡조차 힘든 부친의 심장 이식을 위해 데려온 여성이 미나다. 상우는 뇌사 상태인 미나의 심장을 문제없이 꺼내기 위해 해림에게 그녀의 과거와 연고를 알아볼 것을 지시한다.
해림이 좇아가는 미나의 과거는 한 마디로 비참하다. 어디 나사가 하나 빠진 듯 엉뚱한 데다 별로 예쁘지도 않은 그녀는 어디에서나 하찮은 취급을 받아 왔다. 노숙 생활을 전전한 끝에 사창가에 머물던 것이 최근의 일이었고, 앞선 삶을 모두 뒤져도 달리 아름다운 추억이란 없다. 보험회사 콜센터·화장품 공장 등을 전전하며 열심히 살아보려 했지만 가난은 평생 미나를 따라다녔다. 남자들은 그녀의 가볍게 이용할 수 있는 성적 대상으로만 본다. 가족 또한 중증 치매에 걸린 할머니 한 명이 전부였다.
미나의 비참한 과거가 드러나면 날수록, 상우의 횡포가 심해지면 질수록 해림의 내면 갈등은 심해진다. 관객들의 머릿속에도 여러 질문들이 떠오를 것이다. 사람의 생명이란 정말로 모두 같은 가치를 지니는 것일까. 미나는 차라리 이대로 생을 마감하는 편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미나의 아이는 태어나서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지만 영화는 설움을 토해내기 보다는 희망을 속삭인다. 모든 비참함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빛나는 미나의 모성(母性). 어느새 깃든 뱃속 아기에게서 시작된 이 작은 희망은 미나 자신은 물론 다른 이들의 내면까지 구원한다.
여성인 신수원 감독의 영화답게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이 처하는 현실에 대한 묘사가 기존 영화들과 비교해 자못 섬세하고 리얼하다. 배우들 또한 인물들이 품은 이야기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제몫을 다했다. 7월 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