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10월 어느날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가방가게.
김흑룡(가명)사장은 중국 아줌마 관광객들에게 신상품을 설명한다. 일본어는 능숙하지만 중국어는 아직 서투른 김사장. 하지만 그가 또박또박 상품특징을 한국어로 얘기하자 그의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이 거침없이 중국어로 전달한다. 손님이 건네는 중국말 질문도 이내 한국어로 풀어낸다. 옷가게 주인과 손님 사이의 스마트폰이 음성인식 기능의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통역사처럼 언어장벽을 깨뜨린다.
미래시점의 가상 스토리지만 이 같은 모바일 음성인식은 새해 그리 새롭지 않은 보편화된 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해 구글의 다국어 통역서비스, 애플 아이폰4S의 인공지능 '시리' 등에 이어 국내에서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한·영 자동통역 기술을 개발해 지난 연말 제주도에서 시범 서비스하는등 실용화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2012년 새해 IT핵심코드는 모바일 라이프다.
지난해 4세대(4G) 이동통신을 비롯해 음성인식·감성기능의 인공지능, 근거리무선통신(NFC)·N스크린 등으로 대표되는 융합서비스가 IT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면 올해는 새롭고 더 다양해진 IT단말기(디바이스)와 서비스들이 일상생활에 파고들어 본격적인 디지털라이프를 구현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매개체는 역시 전국민 10명중 4명이 갖고 있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사용 증가로 모바일 서비스는 업무·여가활용에 적합한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음성인식 분야에서도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이 아직은 한국어와 영어만 제공하는 수준이지만 점차 통역 언어 범위가 넓어져 하반기에는 다양한 통역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체들도 해외여행 등 통역수요 급증에 따라 손쉽게 통역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장소·시간 구애 없이 쓸 수 있는 다국어 통역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NFC를 이용한 IT금융서비스도 다양해질 전망이다. NFC칩이 내장된 스마트폰을 커피전문점·편의점·대형마트·프랜차이즈점포 등에 비치된 결제단말기에 대기만 하면 곧바로 결제되고 할인쿠폰 등을 내려 받을 수 있는 서비스지역이 서울은 물론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KT경제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이미 프랑스가 니스시에서 시범적용한 전자지갑이나 자신을 증명하는 ID기능의 NFC시스템을 지난해 파리등 주요도시로 확대했다"며 "선진국 등에서 실생활에 IT융합기술을 접목시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IT강국인 한국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KT,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이 주축이 NFC 결제 가맹점들을 지난해보다 2~3배 규모로 늘리고 교통카드 등으로 활용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센서기술을 이용한 증강현실(augment reality)도 위치기반 서비스나 게임, 광고, 상거래분야 등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보여지는 실제 세계에 컴퓨터그래픽을 얹어 상품이나 서비스 연관 정보를 실감나게 제공할 수 있다. 퀄컴은 이미 올해 출시되는 모든 칩셋에 증강현실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삼성전자, 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일부 기기에 증강현실 브라우저를 탑재하고 있다.
이 같은 융합서비스는 차세대 이동통신 출현으로 더욱 차별화된다.
4세대 이동통신인 LTE(롱텀에볼루션)는 올해 전국으로 서비스범위가 넓어지면서 본격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지난 연말 전국망을 구축했으며 SK텔레콤도 오는 4월 전국 84개시로 확대한다. 이동통신 3개사 가운데 가장 늦은 KT도 이달초 서비스를 개시했다.
3개사의 본격 서비스경쟁으로 국내 이통시장도 3세대에서 4세대로 빠르게 이동할 전망이다. 3세대보다 무선데이터 속도가 5배 빠른 강점은 모든 사업자가 공통으로 갖고 있다. 결국 차별화된 콘텐츠와 서비스가 시장 향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 시장도 빠른 변화가 예상된다.
스마트폰 기세에 눌려 수요가 크지 않았던 태블릿PC시장이 다시 성장기를 맞고 있다. 애플의 차세대 아이패드 출시가 확실시 되고 있고 애플의 맞수 구글도 올 상반기 첫 태블릿PC는 내놓을 예정이어서 세계 디바이스 시장에 한차례 격돌이 예상된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추가 모델을 선보이고 LG전자도 이르면 이달 첫 패드 제품으로 겨룰 예정이다.
모바일세상을 이끄는 스마트폰은 올해 레벨업 경쟁이 가속화된다. 스마트폰 CPU(중앙처리장치)는 듀얼코어에서 쿼드코어로 빠르게 바뀐다. 핵심 프로세서 코어를 4개로 늘려 처리속도가 기존 스마트폰보다 현저히 올라간다. 퀄컴, 삼성전자 등이 칩 개발을 서두르고 있어 올 하반기면 더 똑똑한 스마트폰들이 대거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