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앞다퉈 빠져나간 한국 증시에서 최근 JP모건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다시 나서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8거래일 만에 외국인이 매수에 나서면서 이틀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JP모건자산운용과 샤를마뉴캐피털이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ㆍ기아차 등 대형 수출주를 중심으로 한국 주식 매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주가 급락으로 밸류에이션이 2009년 이후 가장 저평가된 한국 증시가 다시 투자자의 구미를 당기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증시에서 2년 만에 가장 많은 45억달러 규모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 나가면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는 한 달 동안 7.2%나 급락했다. 이에 따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1배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자 JP모건 등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현대ㆍ기아차 등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한 저가 매수에 나서기 시작했다. 여전히 실적 전망이 좋은데다 원화가치 약세로 앞으로 더 많은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이다. 샤를마뉴의 경우 최근 몇 달 사이 기아차 주식을 모은 데 이어 삼성전자의 PBR가 1년6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시점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실제로 이날 삼성전자는 CS증권과 JP모건 창구 등을 통해 외국인이 241억원 순매수에 나서면서 전날보다 0.89%(1만1,000원) 오른 124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순매수한 것은 지난 6월28일 이후 8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그레이스 탐 JP모건 글로벌시장전략가는 "저평가된 한국 주식을 선택적으로 매수하고 있다"며 "특히 전자ㆍ자동차 등 수출기업이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줄리안 마요 샤를마뉴 공동최고투자책임자(CIO)도 "매수한 기업들의 주가가 더 떨어지면 추가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신흥시장 애널리스트들이 향후 1년간 한국증시의 투자 수익률이 36%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4년 전 MSCI 한국 지수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을 당시에도 6개월만에 주가가 50% 이상 상승한 전례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