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적대다 입장료 커진 TPP, 오리알 신세 안 돼야

바둑에서 한 수가 밀리기 시작하면 그 뒤로 계속 궁지에 몰리는 경우가 있다.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지역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 뒤늦게 TPP 참여로 방향을 바꾼 한국의 입장이 그렇다.


정부가 올해 통상 분야 최대 이슈인 TPP 참여를 4월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 TPP 협상의 핵심축인 미국과 일본 간의 최대 쟁점인 쌀 시장 및 미국산 쇠고기 문제 등에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루면서 우리 정부가 더 이상 참여를 미루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27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올해 안에 TPP 협상 타결을 마무리할 수 있게 의회가 초당적으로 신속협상권(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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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일본을 비롯해 호주·캐나다·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말레이시아 등 총 12개국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한중 FTA와 RCEP 등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TPP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8%를 차지하는 아태지역 거대시장이 태동하는 현장에서 스스로 발을 빼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일 수 없다.

문제는 뒤늦은 참여 선언으로 한국이 지불해야 할 입장료가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기존 회원국들이 이미 합의해놓은 규범이나 원칙을 대부분 그대로 삼키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더군다나 미국은 한미 FTA 발효 이후 정작 미국 기업이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어 한국의 참여에 한미 FTA 이행조건 강화라는 조건을 달 수도 있다.

다자 간 TPP 협상에 초기 참여해 국익을 극대화할 기회를 놓쳤다는 것은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TPP라는 세계 최대 경제블록에서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살려갈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의 입장료는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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