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신록의 계절인 만큼 주말이면 시외로 빠져 나가는 차량들로 고속도로는 몸살을 앓는다. 그러나 이런 풍요의 계절에도 항상 건강을 위협하는 복병이 있다. 바로 식중독이다. 풍성해진 먹거리에 대해 자칫 ‘아직은 이르다’는 생각으로 방심하다가 본의 아니게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건양대병원 최용우(소화기내과) 교수는 “식중독은 인류가 음식물을 섭취하면서 발생하기 시작한 것으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 섭취로 일어나는 인체의 기능장애(두드러기 발열 두통 구토 설사 복통)”라면서 “습도가 높으면서 기온이 올라가는 계절에는 각별한 조심이 필요하기 때문에 집안에서 사용하는 도마ㆍ식칼ㆍ행주 등은 자주 삶고 햇볕에 말려 균이 번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중독의 증상은 ▦섭취한 균의 양 ▦균의 독소량 ▦화학 물질량 ▦개인의 생리적조건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 같은 음식을 먹었다고 모두 동시에, 같은 증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원인에 따라 전체의 약20%를 차지하는 비세균성과 약80%를 차지하는 세균성으로 나눌 수 있다. 비세균성 식중독에는 화학물질에 의한 화학성 식중독과 동물이나 식물자체의 독소에 의한 자연성 식중독이 있다.
세균성에는 살모넬라균에 의한 발생빈도가 가장 높으며 다음으로는 포도상구균, 장염비브리오균 등의 순으로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개인이나 가정 등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바로 세균성 식중독이다.
여름처럼 고온의 후덥지근한 계절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세균성 식중독(bacterial food poisoning)은 세균에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함으로써 발생한다. 해마다 수없이 많은 식중독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 중 병인물질이 판명된 것의 80~90%는 세균이다.
식중독사건의 15~20%는 병인 물질이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들 역시 역학적으로 볼 때 대부분 세균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균성 식중독은 세균이 음식물 중에서 증식할 때 생기는 독소에 의해 병이 유발되는 독소형, 음식과 함께 섭취된 세균이 몸 안에서 증식하면서 일어나는 감염형, 이들이 융합 된 혼합형 등이 있다.
식중독은 경과 및 증세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눌 수 있지만 급성이 대부분이다. 독소형의 경우 잠복기가 평균 4~6시간으로 감염형의 14~16시간보다 짧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살모넬라(Salmonella) 식중독의 잠복기는 12~24시간이며 38~40도의 발열을 동반한다.
환자의 나이ㆍ건강상태ㆍ섭취량 등에 따라 증상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속이 불편하고 구토 설사 복통 발열 등에 의한 전신적인 권태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은 급격히 시작되지만 보통 4~5일이면 열이 내리면서 회복된다. 원인이 되는 우유 계란 육류 등을 충분히 냉동하고, 조리 시에는 충분히 가열하는 것으로 예방할 수 있다.
장염비브리오(Vibrio) 식중독은 주로 생선 어패류 식품섭취가 원인으로 매년 6~10월 전국에 걸쳐 발생한다. 일본 등에서는 여름철 식중독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흔한 타입이다. 잠복기간은 8~15시간으로 살모넬라균보다는 짧다. 증상은 상복부에 격심한 통증으로 시작해 구토 설사 발열 등이 일어난다.
설사를 동반하며 묽은 변이 많다. 중증일 때는 점액변 점혈변이 보이므로 이질로 착각할 수 있어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보통 1~3일 정도면 심한 증상은 줄어들며 약1주일 정도면 회복된다. 간 질환이 있거나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는 환자는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해산물을 날것으로 먹지 말아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식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높거나 노출된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최 교수는 “많은 양의 김밥을 만들기 위해 계란말이 게맛살 시금치 단무지 등 김밥 속을 전날 만들어 놓고 아침에 김밥을 만들 경우 위험하다”면서 “김밥 또는 백반 도시락을 버스 등 차량에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3~4시간 보관했을 때도 음식물이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관광지 매점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판매하는 우동 어묵의 경우 완전히 끓는 물에 익히지 않고 더운물에 살짝 데쳤을 경우에도 식중독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관광지의 좌판에서 판매하는 소라ㆍ고동 등은 위생이 불량한 것이 많아 노약자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ㆍ간질환ㆍ고혈압 등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식중독이 오면 건강한 사람보다 훨씬 위험하다. 그만큼 치명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