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역사를 가진 아동 도서 전문 업체가 모바일 시대를 맞아 변신을 꾀하고 있다. 출판사와 정보기술(IT)이 어울리냐는 세간의 시선도 있지만 지금까지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바로 삼성출판사가 그 주인공. 특히 지난 2010년 자회사로 출범한 스마트스터디가 새로운 물결을 이끌고 있다.
2년전 출시한 유아용 모바일 콘텐츠 '보들북' 시리즈는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며 매월 3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만화 앱이나 교육용 앱 개발에도 발을 넓혀 다양한 수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최근 만난 김민석(32ㆍ사진) 스마트스터디 대표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또 다른 비상을 꿈꾸고 있었다. 그는 "출판업계가 가진 콘텐츠와 모바일 서비스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은 생각보다 무궁무진하다"고 자신했다. 김 대표가 현재 구상하고 있는 아이템은 지금까지 삼성출판사에서 내놓은 80여종의 앱을 하나의 플랫폼처럼 서비스하는 것. 각각의 앱을 연동시켜 이용자들이 앱 안에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로그인 기반의 서비스 적용을 검토 중이다. 특히 보들북처럼 하나의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 웬만한 플랫폼보다 더욱 많은 사용자를 묶어 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람들은 카카오톡과 같은 플랫폼 형태의 서비스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고 봅니다. 실제 넥슨에서 근무할 당시 '넥슨 포털'이라는 서비스를 내놓아 이용자를 묶어두려 했지만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카트라이더'라는 게임이 출시된 이후 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폭증하며 넥슨포털이 하나의 웹페이지에서 진정한 '포털'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결국 콘텐츠가 플랫폼이 된 것이죠"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모델을 꿈꾸고 있는 김 대표는 스마트스터디는 물론 모기업인 삼성출판사 기업 문화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2008년 NHN을 그만두고 삼성출판사 영어기획팀장으로 왔을 당시 답답한 부분이 조금 많았어요. 출판사와 IT업계간 의사 소통이나 업무 처리 방식이 너무 달랐거든요."
실제 김 대표는 삼성출판사에 입사하고 얼마간 사내 직원들로부터 업무 관련 메일을 받지 못했다. 전화나 실제 만나 소통하는 것에 익숙했던 당시 출판사 분위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메일이나 쪽지를 통해 업무를 처리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요구하자 상황은 변했다. 현재 그의 메일함에는 하루에도 수백통의 업무관련 메일이 날아든다.
"전화로 이야기하면 통화를 한 당사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선 또 그만큼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이메일로 소통을 하면 모든 대화나 업무 관련 아이디어들이 문자화된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그것 자체가 하나의 데이터베이스(DB)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30대 초반의 김 대표가 회사의 변화를 선도하는 중임을 맡게 된 배경에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그의 할아버지가 삼성출판사를 창업한 김봉규 회장이고 그의 아버지가 김진용 현 삼성출판사 대표이사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도련님' 이미지가 떠오를 법하지만 김 대표는 고등학생 시절 정보 올림피아드 공모전을 휩쓸었으며 20살 때부터 넥슨에서 개발자로 활약한 실력자다.
"모바일 시장의 과실을 기존 IT업체들이 가져간다는 말이 많긴 하지만 오히려 모바일 생태계는 이제 시작이라고 봐요. 특히 IT 업계에서 10년 넘게 일해오면서 쌓은 경험들이 사업을 꾸려나가는데 밑거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종이책이 위기를 맞았다는 말이 많은 요즘. 김민석 대표는 모바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 순조로운 항해를 이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