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상대적으로 값싼 가격으로 방을 데우던 심야보일러마저 멈추게 했다.
23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심야전기 판매량은 1만4,658GWh로 지난 2013년에 비해 11.1% 줄었다. 이는 1998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심야전기 판매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성장률 둔화로 소득도 감소하고 소비심리도 얼어붙은 영향이 크다. 실제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4·4분기를 포함해 4분기 연속 0%대의 분기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좋지 않다.
심야전기는 한전과 계약해 심야시간(오후11~오전9시)에 심야보일러와 심야온수기에 사용하는 전력원이다.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전력수요가 적은 심야시간대에 여유 전기를 계약한 보일러와 온수기에 낮시간대보다 싼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결국 심야전기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늦은 밤시간대에 심야보일러와 심야온수가 그만큼 덜 가동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야전기의 주요 사용자가 도시가스를 쓰는 도시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취약한 농어촌 지역이라는 것도 판매가 급감한 이유다. 경기불황이 농어촌 지역의 심야난방마저 꺼뜨리고 있는 셈이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주요 수요처인 농어촌 지역에서 심야전기 사용량을 줄이면서 전체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외에 따뜻한 겨울과 도시가스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심야전력 판매량이 떨어진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13년 1월(5%)과 11월(5.4%)에 심야전기 가격이 오른 것도 심야전기 판매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