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부산, KTX보다 싼 요금.’ ‘김포~제주, 선착순 10% 요금 1만9,900원.’ 연초부터 저가항공사들의 가격파괴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지난해 한성항공 등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저가항공사들이 잇따라 운항을 중단하면서 저가항공 시장이 크게 위축됐었다. 하지만 지난 7일 첫 비행기를 띄운 이스타항공이 초저가 정책으로 수요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데 이어, 10일부터 김포~부산 노선에 신규 취항한 대한항공 계열의 진에어도 ‘KTX 보다 싼 가격’이라는 공격적인 가격마케팅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경기침체로 실속파 수요자들이 늘어나면서 저가항공시장을 차지하기위한 항공업계의 2라운드가 시작됐다. ◇가격파괴로 실속파 공략= 저가항공사로는 에어부산이 운항하고 있는 김포~부산노선에 신규로 뛰어든 진에어는 하루 8편을 운항하면서 1월 한달간 주중운임을 3만원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기본요금은 5만원이지만 취항 기념할인, 예매 회원 쿠폰 등을 통해 요금을 대폭 깎아준 것. 유류할증료(4,400원), 공항이용료(4,000원)을 포함하더라도 KTX요금보다 낮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회사측은 KTX에 비해 요금도 싸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고객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7일부터 취항에 나선 이스타항공은 김포~제주 노선을 하루 8편(B737-NG기종) 운항하면서 선착순으로 10% 고객에 대해 1만9,900원의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항공사측은 수요자들의 반응이 좋아 지난 주말까지 100%의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민 이스타항공 경영지원실장(상무)은 “경기가 나빠지면서 수요자들이 가격에 매우 민감해진 것 같다”며 “아웃소싱 등을 통해 최대한 비용을 절감해 저비용항공사의 모델케이스가 되겠다”고 말했다. ◇기존 항공사 ‘치킨게임’ 걱정도= 저가항공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제주항공은 이 같은 저가경쟁에 대해 일단 맞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장 많은 김포~제주 노선(주말 28편)과 청주~ 제주, 부산~제주 노선 등을 포함해 하루 40여편을 운항해 시장입지를 굳히고 있는데다, 오는 3월 국제선에 취항을 계획하고 있는 상태에서 무리한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또 현재도 비수기, 비인기 시간대에는 최대 50%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탄력적인 요금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항공사 관계자는 “일부의 가격파괴 현상은 인지도 향상 등을 위한 미끼 상품의 성격이 짙은 것 같다”며 “원가 등을 고려할 때 무리한 가격경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성이 나지 않는 국내선 시장에서 가격경쟁까지 할 경우, 업계의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셈이다. 김포~부산 노선에서 진에어와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에어부산도 맞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회사측은 자사는 하루에 18편을 운항해 선택의 폭이 다양해 취항 한달만에 탑승률이 84.9%에 이를 정도로 수요자들의 호응을 얻었다면서 수천원의 요금 차이로 인해 비즈니스 고객들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저가항공시장의 수요가 확산돼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