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은 안된다는 얘기(?)’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3일 밤 신년연설에서 실제 방송에서는 빠졌지만 원고를 통해 차기 대통령의 요건에 대해 함축적으로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우선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국가 발전 전략’에 대해 밝히면서 “대한민국에 필요한 지도자는 경제만 말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동반 성장과 사회투자, 사회적 자본과 같은 새로운 전략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추진할 지도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인식은 참여정부의 ‘역사적 과제’를 언급한 부분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역사를 돌이켜보면 국민에 행복을 가져다준 지도자는 단지 경제만 하는 ‘기술자’가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경제정책만이 아니라 사회정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책이 동원돼야 한다”는 분배적 시각의 연장선상에서 꺼낸 것으로 보이지만 ‘차기 지도자론’을 언급한 이상 대선 구도와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 ‘단순한 경제 전문가’나 ‘경제 기술자’에 대한 반감을 드러냄으로써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부적절한 대통령’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 측은 일단 공식적으로는 이 같은 분석이 ‘잘못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억측이며 발언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했고, 연설문 작성에 참여한 한 참모는 “대통령이 개헌 문제를 언급하면서 밝힌 ‘멀티 테스킹’의 연장선상으로 보면 된다”며 특정 대선후보를 염두에 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못을 받았다. 하지만 대선 경쟁이 무르익고 이 전 시장의 독주체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두차례에 걸쳐 ‘경제 중심 대통령’에 대한 알레르기를 보인 점은 뭔가 복선이 깔려 있다는 관측을 마냥 무시하기는 힘들 듯하다. 여권의 한 다른 관계자도 “보기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니겠느냐”고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