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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이머징 마켓 공략… 역혁신에 답 있다

■ 리버스 이노베이션(비제이 고빈다라잔ㆍ크리스 트림블 지음, 정혜 펴냄)<br>아프리카·남미 발전 가능성 크지만<br>선진국 통용 방식으론 성공 못해<br>R&D지출 확대 등 액션플랜 필요



1990년대 미국의 농기계 시장은 '디어&컴퍼니'라는 업체가 지배하고 있었다. 주력제품은 대규모 농장 사업에 적합한 대형 기계로 당시엔 이 회사에 정면으로 맞설 경쟁 상대는 없었다. 하지만 1994년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라는 농기계 업체가 뛰어들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마힌드라는 자사의 빨간색 소형 트랙터가 취미로 농사짓는 사람, 조경사, 건설업자에게 최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몸집이 큰 미국인들이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좌석과 브레이크 페달 크기를 키우는 등 미국 시장에 맞게 약간 수정을 가하고 준비를 마쳤다. 마케팅 전략도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판매점에 적시 납품해 재고 부담을 줄였다. 마힌드라는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평균 40%씩 성장했다. 반면 디어&컴퍼니는 인도에서 사업 발판을 다지느라 허덕거렸다.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제품과 과정 모두를 혁신했던 마힌드라와 달리 디어&컴퍼니는 미국에서 성공을 이끌었던 제품과 똑같은 제품으로 인도 농부들의 마음을 사려 했고 결국 실패했다. 결국 마힌드라&마힌드라는 판매 수량을 기준으로 세계 1위 트랙터가 됐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전 계열사 팀장급 직원 2,000여명에게 선물해 화제가 됐던 신간 '리버스 이노베이션(Reverse Innovationㆍ역혁신)'에 소개된 사례다. 다트머스대학교 터크경영대학원에서 각각 석좌교수와 교수로 있는 저자들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기존에 혁신적이라고 규정됐던 모든 발상에 반하는 '역혁신'을 제안한다. 근거는 명확하다. 거대 다국적 기업의 연고지 시장은 성숙기를 지나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여유 있는 구매력 대부분은 아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의 이머징 마켓에 있다. 이제 글로벌 컴퍼니는 신흥개발국에서 강력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글로벌 전략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신흥개발국이야말로 가장 부유한 미래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역혁신은 글로벌 컴퍼니가 보유한 혁신 능력을 높여줄 강력하고 새로운 수단이며 이머징 마켓에서 발생하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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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선진국 경제에서 통용되는 방식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흥개발국 경제는 선진국 경제와 그저 약간 다른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르다. 부유한 나라에는 많이 소비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반면, 신흥개발국에는 적게 소비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산다. 어느 쪽이든 전체 소비는 막대하다. 중국과 인도는 미소 소비자(microconsumer)로 구성된 거대 시장이다."

기업 입장에서 이는 완전히 다른 도전 과제다. 저자들은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새롭게 떠오르는 그곳, 즉 신흥개발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자 한다면 영업, 유통, 생산 증대보다 훨씬 더 중대한 요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역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역혁신에는 중요한 요소가 뒤따른다. 바로 '망각'이다. 지금까지 보고 배웠던 것, 그리고 지금까지 당신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요소를 놓아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책에는 역혁신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다양한 근거뿐만 아니라 역혁신을 실천할 수 있는 액션플랜도 제시된다. ▲핵심 의사결정권자를 빈곤국에 배치한다 ▲이머징 마켓을 감독하는 역할을 갖는 신임 최고 경영진을 임명하고 그 성과를 별도의 손익 결산으로 측정한다 ▲이머징 마켓에서 R&D 지출을 늘리고 해당 지역 니즈에 집중한다 ▲소규모의 비용이 드는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이머징 마켓을 위한 독자적인 손익계산을 장려한다 ▲이머징 마켓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리더가 포함되도록 이사회 멤버와 최고 경영진 구성을 변경한다 ▲직원들을 다년간 신흥개발국에 파견 근무 시킨다 ▲선진국에 근무하는 임원이 빈곤국에서 단기간 동안 몰입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등이다. 1만 6,000원.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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