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구직자도 근로자… 노조 설립 합법"

고용부 “확정판결 전까지 반려 방침”

‘구직자 노조’가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조합원의 취업여부와 관계없이 ‘근로의사’가 있는 구직자라면 노조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된다면 ‘구직자 노조’가 기하급수적으로 조직될 가능성이 높아 항소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화 부장판사)는 9일 만 15세부터 39세 사이의 노동자를 구성원으로 한 노동조합 ‘청년유니온 14(이하 청년 유니온)’가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노조설립 반려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들며 “특정한 사용자에게 고용돼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실업상태에 있거나 구직중인 사람도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한 근로자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지역별 노동조합의 성격을 띤 청년유니온의 조합원 일부가 구직 중인 자라도 근로 의사나 능력이 없는 자영업자ㆍ자영농민ㆍ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반려 처분의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청년유니온 측은 이번 판결에 서울시가 항소를 하더라도 노조 설립 신고를 전국적 규모로 다시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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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법 내 노조가 되면 비정규직 최저임금ㆍ4대보험 보장 등을 놓고 전경련이나 경총과 교섭을 진행할 것”이라며 “시민단체의 입장에서 마주 앉아 단순한 토론을 목적으로 하는 만남이 아니기 때문에 보다 강제성을 띨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고용부는 확정 판결 전까지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조는 결국 단체 교섭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취업 경력이 없는 구직자가 포함돼 있으면 정치 활동으로 흐를 경향이 다분하다”며 “현재 정부 입장은 기존과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구직자나 실업자가 포함된 노조 설립을 인정할 경우 얻게 되는 실익이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일종의 결사체에 지나지 않는 단체로서 정책적 요구만 가능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박 교수는 “청년 실업이 갈수록 느는 상황에서 정부가 노조냐 아니냐에 따라 청년 단체와 실랑이를 하기 보다는 좀 더 포용적인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시사점을 던졌다”며 이날 판결에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고용노동부와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 등은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이 아닌 정치적 활동에 치중하기 위함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청년유니온이 제출한 신고증을 반려해 왔다.

이에 청년유니온은 지난해 4월부터 구직자와 직장인 각각 1명씩으로 구성된 27개의 청년유니온 조가 전국에 걸쳐 노조 설립신고를 냈으나 모두 반려됐다. 27개 조 가운데 하나인‘청년유니온14’는 서울시에 지역노조 설립신고를 냈으나 1명이 구직자라는 이유로 반려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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