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소비지출 증가와 기업투자 호조 등에 힘입어 1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더블딥 우려를 완전히 걷어냈다. 27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발표한 3ㆍ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유로존 채무위기 확산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2.5%를 기록했다. 지난 2ㆍ4분기 성장률은 1.3%였다. 이는 미국 경제가 올 상반기 저조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소프트 패치상태에 빠졌지만, 궤도를 이탈하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당장 4ㆍ4분기 성장률부터 다시 1%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그리스 등의 디폴트 위기를 수습했지만, 유로존의 채무위기가 실물로 전이돼, 미국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미국 내부적으로도 재정적자 감축을 둘러싼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다분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재정을 줄여야 하는 형편이다. 소비 및 수출 증가, 기업 투자 확대 등이 3ㆍ4분기 성장을 이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3ㆍ4분기 소비지출은 2.4%가 늘어났다. 이는 2010년 4ㆍ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국제 유가가 안정되면서 휘발유가격이 크게 하락 한 점, 저축률이 하락한 점 등이 소비지출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대지진에 따른 서플라이 체인이 회복되면서 자동차 수요도 늘어났다. 3분기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연율 환산 1,250만대로 전분기의 1,210만대보다 40만대 늘었다. 자동차를 포함한 내구재 소비는 4.1% 증가했다. 해외 수요 확대도 미국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3ㆍ4분기 수출 증가율은 4.0%로 전분기의 3.6%에 비해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증가율은 1.9%에 그쳤다. 기업들의 투자도 연중 가장 높은 16.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장비에 대한 투자는 17.4%나 늘어났다. 데이비드 시멘스 스탠다드차터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3ㆍ4분기 초반에는 궤도를 이탈할 것처럼 보였지만, 결과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시작 때 보다 훨씬 좋게 마무리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반짝 성장세에 만족하기에는 미국 경제의 갈 길이 여전히 멀다. 우선 미 경제의 가장 큰 과제인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3월 8.8%까지 떨어진 후 4월 9%대로 올라선 뒤 지금도 9.1%에 머무르고 있다. 실업률이 떨어지기 위해서는 2.5% 이상 성장을 지속해야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0.9%에 그쳤었다. 미국 소비위축과 고용부진의 가장 큰 원인인 주택시장은 여전히 침체에 빠져있다. 미국 주요 20개 대도시의 주택가격을 보여주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ㆍ케이스 실러 주택지수는 8월 전년 동월비 3.8% 급락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도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일자리 확충을 위해 4,400억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을 제시했지만, 의회에서 거부당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대립이 한층 심화되면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재정지출의 확대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퍼레이션트위스트를 실시했고 3차 양적완화에 대한 문을 열어놓는 등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미 약발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 경제는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경제주체들이 침체라고 느낄 정도의 저성장 상태를 지속하는 이른바 ‘뉴 노멀(new normal)’상태를 지속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RBC캐피탈 마켓은 미국이 유럽의 침체에 따른 수출 위축 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고,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효과적인 부양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내년 경제 성장률이 1.5%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0년 3.0%는 물론 올해 예상치 1.7%에도 못미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