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황금주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황금주란 단 한 주만 있어도 합병이나 이사해임 등 경영권에 직결되는 의사결정에 절대적 권한을 갖는 특별 주식이다. 다만 국내 기간산업은 현행 제도만으로도 외국인에게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국가안보를 이유로 지금보다 기업 경영권의 보호수준을 높이지는 말아야 한다고 지적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6일 ‘외국의 적대적 M&A에 대한 국내 외국인 투자제한제도의 실효성 검토’ 보고서에서 국내 주요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막기 위해 외국자본에 대한 포괄적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방위산업ㆍ에너지와 방송ㆍ통신ㆍ항공산업 등 현재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거의 모든 산업은 정부 독점사업이거나 경영권 변화시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므로 외국인의 적대적 M&A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 경영권 보호 수위를 더 높일 경우 외국인 투자를 저해하고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오히려 질적으로 우수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에 의한 국내기업 M&A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우량기업이 일시적인 주가 저평가 때문에 단기투기자본의 적대적 M&A 대상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어수단은 필요하다고 연구원은 덧붙였다. 연구원은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황금주를 도입해 정부가 보유하면 적대적 M&A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지분제한보다 효율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영국ㆍ프랑스ㆍ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은 정유ㆍ통신ㆍ항공ㆍ은행 등 국가 기간산업을 민영화할 때 정부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황금주제도를 두고 있다. 연구원은 “일반 상장기업들이 황금주를 보유할 경우 비효율 기업을 퇴출시키는 적대적 M&A의 순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황금주제도의 전면 도입에는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송영관 KIEP 대외무역기구 팀장은 “황금주에 대해서는 도입요건을 엄격히 제한해 공공이익을 위해서만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