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날벼락 맞은 개인투자자… "내 돈 어떻게 되나" 문의 폭주

■ 업무 마비된 증권사<br>"회사채·CP에도 투자했는데…" 객장 찾은 고객들 망연자실<br>웅진그룹 종목 많이 편입한 펀드 운용사에도 항의 빗발<br>"경영진 욕심이 회사 망쳤다" 온라인선 온통 '웅진 성토'


유동성 위기에 처한 웅진그룹 계열 극동건설과 ㈜웅진홀딩스가 지난 26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로 웅진그룹 사무실이 있는 극동빌딩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꿈에도 생각 못한 일 벌어져" 당황
"웅진에 투자한 내 돈 어떻게 되나"■ 업무 마비된 증권사"회사채·CP에도 투자했는데…" 객장 찾은 고객들 망연자실웅진그룹 종목 많이 편입한 펀드 운용사에도 항의 빗발"경영진 욕심이 회사 망쳤다" 온라인선 온통 '웅진 성토'

안현덕기자 always@sed.co.kr
















유동성 위기에 처한 웅진그룹 계열 극동건설과 ㈜웅진홀딩스가 지난 26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로 웅진그룹 사무실이 있는 극동빌딩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웅진코웨이를 팔아 자금이 들어오면 그룹이 금방 정상화될 줄 알았지, 설마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까지 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27일 서울 여의도 한 증권사 객장에서 만난 김형식(41∙가명)씨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날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4개월 전에 투자했던 주식과 회사채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 투자금에 지난 5월 전세자금대출로 마련한 8,000만원을 보태 웅진홀딩스 주식과 회사채에 투자한 상태여서 김씨는 한 번의 잘못된 선택에 삶의 터전마저 위협 받는 처지에 놓였다.

김씨는 "가족이 거리로 내몰릴 상황인데 여기에 앉아 전광판에서 멈춰버린 웅진홀딩스 주가만 바라봐야 하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울 뿐"이라고 울먹였다.

이날 증권사 객장 안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른 아침부터 객장을 찾은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냐" "회생 가능성은 있느냐" "채권을 좀 팔아 줄 수 있느냐" 등 질문을 쏟아냈다. 증권사 직원들도 고객들의 하소연과 빗발치는 전화 때문에 잠시도 자리에 앉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특히 주식매도보다는 회사채 등 채권 문제가 핵심으로 부상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계열회사 매각으로 재무구조가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웅진그룹이 최근 쏟아낸 회사채를 상당수 사들였기 때문이다.

특히 웅진코웨이 등 매각 이슈에 웅진그룹의 재무구조 불안정성이 가려지면서 투자자들이 재빨리 대응하지 못했던 점도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일부 웅진그룹 기업어음(CP)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미처 보유 CP를 처분하지 못해 어렵게 투자한 목돈이 휴지조각이 되는 처지에 몰렸다.


객장의 한 관계자는 "8월쯤 웅진그룹의 신용등급이 크게 내려가자 투자 차익을 노린 개인 투자자 자금들이 상황 호전 가능성에 베팅하면서 웅진 계열사들의 회사채를 사들인 것이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며 "예상하지 못한 사태에 당황한 투자자들은 이날 이제라도 회사채를 팔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연거푸 쏟아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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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객장의 한 관계자는 "회사채는 물론 일부 투자자들은 웅진그룹의 CP에도 투자했다가 손실만 보게 생겼다"며 "그동안 웅진그룹 측에서 어려운 상황에 대한 설명 없이 계열회사 매각 등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풀려 놓은 측면도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웅진그룹 종목들을 담아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회사들도 이날 투자자들의 항의성 전화가 쇄도하자 업무를 거의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기관을 비롯한 개인투자자들은 "펀드가 혹시 손실 나지 않는지" "지금이라도 환매를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예상하지 못한 사태를 맞아 이날 증권 관련 사이트는 '웅진 성토장'이 됐다. 사이트 게시판에는 "계열회사 팔아 재무구조 개선한다고 할 때 알아봤다"거나 "투자자들을 우롱한 처사"라는 항의성 글들로 가득했다. 일부에서는 "주식이 휴지가 됐다"는 울분 섞인 글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몇몇 투자자들은 "태양광에 건설까지 결국 경영진의 욕심이 회사를 망쳤다"며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등 경영진을 겨냥한 비난도 쏟아냈다.

한 투자자는 "교육과 정수기 등 생활 집약적 기업집단인 웅진그룹은 단 한 번의 잘못된 투자로 회사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며 "태양광 투자까지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라 할 수 있었으나 건설회사 인수는 경영진의 무리한 욕심에서 비롯된 잘못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 투자자는 "엊그제까지는 계열회사 매각해서 재무구조가 개선된다고 떠들다 이제는 법정관리 신청을 하냐"며 "이는 주주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또 "과유불급이라고 그룹 가운데 그나마 실적이 좋았던 웅진코웨이를 팔아 얻은 자금을 태양광이나 건설에 쏟는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였다"며 "윤 회장 등 경영진의 잘못된 투자 판단이 현재의 사태까지 오게 해 투자자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웅진홀딩스, 극동건설 부도 공시
온라인뉴스부
웅진홀딩스는 자회사인 극동건설이 만기어음 15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부도를 맞았다고 28일 공시했다.

웅진홀딩스는 “현대스위스2저축은행과 현대스위스3저축은행을 수취인으로 각각 100억원과 50억원으로 발행한 할인어음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최종부도처리됐다”고 밝혔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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