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망토를 두르고 힘차게 뛰어오르는 말 위에 앉아 위풍당당하게 알프스 산맥을 넘는 황제가 있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명화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을 묘사한 문장이다. 그림에서 나폴레옹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불안정한 자세로 고삐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말머리가 향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자세히 보면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이 아니라 그림을 보는 관객을 응시하는 느낌이다. 다소 생뚱맞은 모습이다. 나폴레옹에 대한 일화 중 웃지 못할 사건도 있다. 나폴레옹이 "나를 따르라"고 외치며 병사들을 이끌고 고지 전투에 나섰을 때 정상에 오른 뒤에야 "여기가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한 것은 후대에 명언으로 남았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우스꽝스러운 일화는 우리나라의 정책 집행과정과 닮아 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안겨준다.
정부는 지난해 9월1일 주택시장 활력 회복과 서민 주거안정 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대출 규제를 완화했다. 국민들은 셋방살이를 벗어나 보겠다는 희망을 품었고 일부는 과열된 분양시장에서 크게 벌어보려는 생각으로 정부의 길을 따라나섰다. 아마도 비슷한 동네에 사는 친척·동료·친구들이 함께 동행했을 것이다. 정부가 이끄는 방향으로 따라 올라가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여기가 아니네"라고 외친다. 고지를 향해 한참을 올라가고 있는데 밑에서는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그나마 나폴레옹은 병사들과 함께라도 했다. 그런데 이번 정책을 마련한 정부 측 인사들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원리금 동시 상환 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정부 정책에 대항하지 말라'는 유명한 투자 격언이다. 시장참여자들에게 정부의 정책 의도에 따라 동일한 방향으로 반응을 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발표한 대출 규제 완화 정책과 지난 22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이 시장참여자에게 보내는 신호는 너무 상반된다.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은 대출인이 원리금 분할상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소득자료를 꼼꼼하게 따져 본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기존에는 담보 중심으로 대출심사가 이뤄졌지만 이제는 상환능력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매월 이자만 냈던 서민들이 이제는 원리금을 함께 내야 하기 때문에 현금흐름에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
정부가 일시적인 상황을 타개하고 단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내놓은 정책에 대해 대항해야 할지는 냉정하게 판단할 일이다. 다만 정부 정책의 지속성과 투자자 개인의 남은 인생 중 무엇이 더 길게 이어질 것인지는 분명하다. 정부 정책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투자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