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졸업생에 학위증 직접 수여<br>이대 외국인 학생이 신입생 선서<br>신입사원 환영식은 음악회로 꾸며
인생의 한 단계를 마무리하고 새출발을 다짐하는 입사ㆍ입학 및 졸업식 풍경이 크게 변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탈(脫)권위주의 바람이 불고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기업이나 교육현장은 물론 과거‘권위의 상징’이던 법원마저 격식을 파괴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3일 개최된 고려대 경영대학원 졸업식장은 참석자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축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모든 교수들이 졸업 가운을 입은 가운데
장하성 경영대 학장은 졸업생 개개인에게 학위증을 수여하며 앞날을 격려했다. 과거 대표 학생만이 학위증을 받고 판에 박힌 축사와 답사가 오갔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24일 치러진 이화여대 2006학년도 입학식도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신입생 선서 식순에서 한국 학생 옆에 검은 피부의 아프리카 케냐 출신 여학생이 함께 서서 선서를 했다. 올해 처음 도입된 개발도상국 여학생 120명을 장학생으로 초청하는‘이화 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EGPP)’의 첫 수혜자 24명중 한 명인 무틴다 아델라이드였다. 외국인이 신입생 선서를 하기는 대학가에서 없던 일로 꼽힌다.
서초동 대법원청사에서도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장면이 연출됐다.
지난 20일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용식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은 206명 모두에게 일일이 임명장을 건네 줬다. 사회자는 줄곧‘판사에 임함’,‘예비판사에 임함’이라는 인사명령문을 낭독했다. 대표 한명에게만 임명장을 주고 나머지 법관은 이름만 호명하던 이전과는 확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시간이면 끝날 행사가 두ㆍ세시간 계속됐지만 신임 법관들과 가족들은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기업들의 신입 사원 환영식 역시 기존과는 크게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신입사원들이 개성적인 연극을 펼친다든지 음악회를 여는 방식으로 환영식 자체가 기존 사원들과의 한 바탕의‘융합의 장(場)’으로 변모하고 있다.
학장으로부터 직접 졸업장을 받은 고려대학 서모(27)군은“단상에 가서 직접 졸업장을 받으니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 같았다”며 “앞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참가자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행사가 더욱 더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