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6월8일] 미사일 편지


1959년 6월8일 오전10시, 대서양 해상. 미 해군의 디젤 잠수함 ‘바베로’호가 떠올랐다. 미국 본토를 겨냥해 미사일을 쏘기 위해서다. 주저없이 발사된 무게 5.4톤, 사정거리 927㎞짜리 레귤러스 순항 미사일은 22분 후 목표지점인 플로리다 해군기지 연병장에 떨어졌다. 가격은 정확했지만 폭발은 전혀 없었다. 탄두부의 핵폭발물을 들어냈기 때문이다. 비행속도까지 줄여 운동 에너지에 의한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탄두의 내용물은 편지 3,000장을 실은 철제 상자 2통. 영화나 소설, 상업용 광고가 연상되겠지만 실제로 발생한 일이다. 미국은 왜 이런 일을 했을까. 첫째 목적은 홍보. 핵을 포함한 군비의 평화적 이용을 부각하는 이벤트로 ‘편지를 실은 미사일’만한 소재도 없었다. 두번째는 우편수단 다양화. 화살에 편지를 묶어 날려보내는 오랜 습성의 연장선격이다. 로켓과 미사일이 등장한 이래 유럽과 인도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수 차례 있었고 요즘도 로켓을 우편수단으로 사용하자는 동호인 모임이 존재한다. 군사용 미사일을 활용한 우편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비용 때문이다. 냉전시대의 우화(愚話)처럼 들리는 미사일 우편에는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에 대한 인간의 염원이 깔려 있다. 마치 전봇대로 이를 쑤시듯이 미사일로 편지를 나르자는 엉뚱하고 유연한 발상이 오늘날 초고속 정보화 시대를 낳은 요인의 하나였는지도 모른다. 미사일 우편에 사용된 엽서는 꿈의 수집 대상이다. 미 우편국이 잠수함 내에 임시 우체국을 설치해 ‘1959년 6월8일 오전9시30분’이라는 발송도장을 찍은 편지 자체가 3,000통으로 한정된데다 수신자가 아이젠하워 대통령 한 사람이어서 시중에 나도는 물량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부르는 게 값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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