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는 저금리와 저성장 국면에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기에 최근 바뀌고 있는 세법과 경제민주화 바람까지 겹치면서 실적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즉시연금과 비과세 상품의 인기에 힘입어 보험사 실적이 괜찮을 것이라는 지레짐작도 있지만 실제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집계 정도만 나왔는데 극히 일부 대형 생명보험사를 제외하면 실적이 전년만 못할 것"이라며 "이런 실적 하향 추세가 2013회계연도에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실제 신한금융투자는 2012회계연도 4ㆍ4분기(올 1~3월) 생보사와 손해보험사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 21%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수입보험료만 보면 즉시연금 광풍 등으로 예년보다 크게 늘었지만 회계처리 방식 변화와 규제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익을 갉아먹고 있다.
특히 지분증권의 평가가치가 취득 원가보다 30% 이상 떨어지거나 6개월 이상 취득 원가를 밑돌면 손실로 인식하도록 회계처리가 바뀌면서 주요 보험사별로 크게는 200억~300억원, 적게는70억원 수준의 이익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실적 악화 부담이 이번 회계연도에 더 가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소비자 보호 추세가 영업 위축으로 귀결될 개연성이 큰데다 저금리 심화로 영업과 자산운용에서 모두 타격이 예상된다. 당장 표준이율 인하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장기보험과 실손의료보험 등 대부분의 상품이 정부의 물가 잡기 방침에 따라 묶였다. 자동차보험도 같은 처지가 되면서 2012회계연도 업계 자동차보험 적자는 전년보다 2,000억원이나 불었다.
무엇보다 재무건전성의 척도인 지급여력비율(RBC) 강화와 민원 단속으로 적극적인 영업이 쉽지 않다. 국내 생보사의 2012년 말 영업이익률은 3.24%, 손보사는 2.96%까지 떨어졌는데 브레이크를 밟아도 효과가 없다. 은행과 증권이 연금 등 비과세 상품에 대한 영업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하면서 텃밭으로 여겨졌던 이 시장에서 보험사의 위상도 위협 받고 있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보험사에 보장성보험 위주의 사업을 강조하면서도 보험료 단속으로 본업의 수익성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이렇다 보니 보험사로서는 다른 시장을 기웃거리게 돼 과열경쟁이 초래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