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 "첫승기념 정쟁중단" 한목소리각 당 대통령 후보와 지도부가 5일 '월드컵 휴전'을 선언했다.
정치권의 월드컵 휴전선언은 6ㆍ13 지방선거운동이 중반에 접어들면서 그 열기가 한창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까지 비방전을 계속해왔던 정치권도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첫 승을 거둠으로써 모처럼 일고 있는 국민통합의 에너지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월드컵 첫 승을 계기로 어렵사리 한마음이 된 여야가 앞으로 이 같은 선언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는 이날 대전ㆍ충청권 7개 정당연설회에 참석, "우리 축구의 선전에는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이 큰 힘을 발휘했다"면서 "국민의 힘을 결집시켜 폭발력을 발휘하도록 함으로써 깨끗하고 유능한, 그리고 세계속에서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이날 수원에서 열린 최고위원ㆍ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전날 부산에서 이 후보와 응원장소를 놓고 신경전이 있었던 점을 거론하며 "이 후보가 부산역 광장에서 전광판을 통해 관람한다고 해서 16강을 함께 기원하고 손잡고 월드컵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 부산역으로 가기로 결정했었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이 후보가 해운대로 자리를 옮겨 무산됐는데, 무척 아쉽기도 하고 남이 자리 잡아놓은 것을 훼방놓은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는 이날 선대위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오늘 하루는 짜증스러운 단어를 쓰지 말자"며 '단기휴전'을 제의하고 "대변인실도 논평을 "순화해서 내달라"고 주문했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도 "오늘은 축구의 날"이라며 "오늘 하루만이라도 한나라당이 맹목적으로 우리 당을 비방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우리 당도 오늘 하루 정쟁중단을 선언한다"며 화답했다.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도 "이참에 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비방과 폭로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민주당 정범구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오늘은 비록 선거운동 기간이지만 상대를 자극하거나 공격하는 논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각 정당의 사활을 건 경쟁이 가열될 것이기 때문에 정치권의 월드컵 휴전은 '반짝 휴전'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양정록기자
이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