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의 도시를 바꾸자] 1-7. 지역이기주의 심각하다

경기도 용인시는 요즘 수지지역의 하수종말처리장 건설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는 오는 2006년까지 하루 처리용량 15만톤 규모의 하수처리장을 죽전동 군량뜰 지역에 세울 계획이었지만 죽전동 일대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에 이어 대체부지로 잡은 보정리 지역마저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지면서 부지 선정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 뿐만이 아니라 이 일대에 올해 말과 내년 4월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신봉ㆍ동천지구와 죽전지구의 2만5,000가구의 주민들도 속을 태우기는 마찬가지. 상황이 다급해지자 택지지구를 조성한 토지공사는 입주민들을 위해 처리 불가능한 하수를 담아두는 임시저류조를 50억원을 들여 만들기로 했다. 나중에 철거비용까지 합하면 합리적인 분쟁해결을 통해 들이지 않아도 될 비용 70억~80억원을 고스란히 허공에 날리게 되는 셈이다. 지자체 실시이후 지역간,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과 분쟁이 늘어남에 따라 재정적, 사회적 손실비용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지자체 간 분쟁이 도로건설, 하수ㆍ쓰레기장 등 도시 기반시설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어서 효율적인 재정집행ㆍ지원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이기주의로 추가비용 눈덩이= 행정자치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지자체 실시이후 정부 및 지자체간 주요 분쟁은 줄잡아 154건에 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지자체간 분쟁이 100여건으로 65%에 이르고 있다. 분쟁내용별로는 혐오시설, 도로 등 지역개발분야가 122건으로 전체의 80%에 달하고 있다. 특히 분쟁에 따른 공사지연과 보완시설 설치, 해당지역 지원 등 추가비용이 당초 사업비와 맞먹을 정도로 소요돼 지역개발 재정의 비효율성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2001년 8월 완공된 부천시 작동-서울 신정동간 연계도로의 경우 부천시와 양천구간의 갈등으로 1년 늦게 공사가 지연됐고 당초사업비(174억원) 외에 추가사업비만 137억원이 소요됐다. 혐오ㆍ기피시설에 대한 주민ㆍ지자체의 반대로 발생하는 비용도 크지만 개발이익이 기대되는 시설에 대한 민원으로 지연되는 사업의 추가비용도 만만치 않다. 철도청은 분당 연장선, 용산-문산간, 수원-인천간 전철 등 수도권 전철사업을 추진하는데 해당지역 주민들의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선 일부구간을 지역주민들이 지하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문산간 전철의 경우 고양시구간 5km 지하화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공사기간이 4년 이상 지연되고 추가로 4,400억원 정도가 더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4개 전철 모두 민원을 수용하면 추가비용이 줄잡아 7,500억원을 넘을 것이란 게 철도청의 설명이다. ◇부당한 지역이기 경계해야= 지역간 갈등은 공익보다 자기 이익을 최대의 가치로 보고 이를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공익에 대한 절대적 기준이 없는 만큼 `지역이기주의`로 규정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토연구원 차미숙 박사는 “객관적으로 볼 때 피해가 예상되는 시설을 일부 집단에만 떠 앉기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이른바`님비(NIMBY)`현상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다른 지역에서 그 비용을 지불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대안적 분쟁조정제도`처럼 정부, 민간이 함께 참여해 대안을 제공하고 중재기능을 담당하는 조정기구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다. 특히 개발 후 자기지역에 이익을 가져다 주는 시설을 유치하도록 요구하는 `핌피(PIMFYㆍPlease In My Front Yard)`현상이 자원배분의 균형을 깨뜨리고 재정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점에서도 이를 판단할 조정기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정회성 박사는 “지역 분쟁은 우선 당사자간 꾸준한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며“하지만 특정지역만 부당하게 이익을 보거나 부당한 주장을 수용하지 않은 `사회적 원칙`이 우선 세워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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