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에서는 최근 부실주가 주식 상승을 주도하는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주, 꾸준한 배당을 지급하는 우량주보다 소형주,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금융주, 경기변동에 크게 의존하는 경기관련주 등이 더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이런 현상에 대해 큰 수익을 노리고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경향이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1월 19일부터 2월 8일까지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8% 하락했지만, 이후 최근까지 다우지수는 7% 오르며 예전의 낙폭을 만회했다.
뉴욕주 해리슨 소재 베스포크 투자그룹의 폴 히키 공동 창업자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종목을 시가총액 규모와 주가수익배율(PER), 신용등급 등으로 분류했고 심지어 주가가 하락할 종목에 투자하는 공매도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종목도 구분해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월 8일부터 3월 12일까지 규모가 가장 작은 50개 종목의 상승률은 13%에 달한 반면 대형 50개 종목의 상승률은 9%에 그쳤다. 정크(Junk) 등급의 종목은 투자 등급 종목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고 공매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린 종목은 상승률이 15%로, 반대 종목 상승률(7%)의 2배를 넘었다.
미 정부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던 종목 중에서는 씨티그룹이 1월 19일부터 2월 8일까지 11%나 떨어졌다가 2월9일 이후엔 26%나 급등했다. 미 보험사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도 22% 하락했다가 54%나 폭등했다.
구리, 철, 화학제품 등 산업 원자재를 생산하는 업체들의 주가도 16%가량 상승했다.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이들 업체의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투자자들이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보스턴의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크린톱은 "차후 경제성장에 대한 역풍이 다시 고개를 들면 소형주들은 이익 대부분을 반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