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로버트 키미트 미국 재무부 부장관이 9일 오전 제주 나인브릿지골프장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 도중 휴식시간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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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일 이틀간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는 회원국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고유가, 고령화, 자금유출 관리 등에서 어느 정도 진일보된 합의가 도출될 수 있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9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고유가ㆍ고령화ㆍ부동산 등 세계경제가 안고 있는 불안요인을 점검하는 등 생산적인 회의가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유연한 환율제도와 관련, 그 대상을 ‘신흥시장국’으로 제한하는 등 조건을 단 것을 볼 때 중국과 미국으로 양분되는 두 그룹간의 이해관계가 여전히 상충되고 있음이 재확인됐다. 또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ㆍ캐나다가 한국을 상대로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조속히 해제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유류보조금 감축 지지=한 부총리는 지난 6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ㆍ아셈) 재무장관회의에서 석유 수입국과 산유국간의 협력체제 강화를 주장한 데 이어 이번 회의에서는 국제에너지포럼(IEF) 등을 활용해 대화채널을 강화하자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APEC 다른 국가들도 고유가 문제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면서 한 부총리의 제안을 수용, 공동선언문에서 IEF와 주요 경제 20개국(G20) 등을 통한 대화를 촉구했다. 또 원유 생산과 정제시설 투자, 대체에너지 기술개발의 중요성 등을 강조하고 유류보조금 감축조치를 지지했다.
◇DDA 협상 올해 말 종료 노력=21개국 대표들은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무역투자 자유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금융ㆍ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개방의 폭을 더 넓혀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APEC 대표들은 현재 진행 중인 DDA 협상을 올해 말까지 종료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APEC 재무장관회의에서 첫번째로 고령화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것도 돋보인다. 특히 이번 고령화 선언문 채택은 한국이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위앤화 추가 절상, 미ㆍ중 신경전=위앤화 추가 절상을 놓고 미ㆍ중간의 신경전이 펼쳐졌다. 로버트 키미트 미 재무부 부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위앤화의 추가 절상이 기대된다”며 다시 한번 중국에 압박을 가했다. 이에 대해 진렌칭 중국 재정부장은 “위앤화 제도의 개혁을 잘 조절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공동선언문에서는 ‘신흥시장국의 경우 각국 사정에 따라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면 유연한 환율제도를 채택’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각국 사정…’이라는 조건 기재는 중국이 강력히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미ㆍ캐나다 쇠고기 압력=한 부총리는 21차례 갖은 양자회담에서 적잖은 성과를 얻어냈다. 진렌칭 중국 재정부장과의 양자회담에서 현대해상화재보험의 조속한 영업인가와 현지 삼성공장에서 생산되는 캠코더의 증치세(부가세) 환급 적용 등의 요구사항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 또 말레이시아에 대해서는 라부안을 조세조약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쇠고기를 놓고 미국과 캐나다의 압력도 만만치 않았다. 캐나다는 쇠고기 수입금지 해제를 강하게 요구했고 미국 역시 현재 진행 중인 안전성 확인절차를 조속히 마무리지어주기를 당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