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말레이시아 희토류 공장이 가동허가를 받음에 따라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희토류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란탄ㆍ세륨 등 17개 원소를 통칭하는 희토류는 스마트폰ㆍ전기차ㆍ미사일 등 첨단제품에 사용되는 핵심 자원으로 중국이 전세계 공급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호주 광산업체 라이너스의 콴탄 지역 희토류 제련공장 임시가동을 조건부로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총 2억3,000만달러가 투입된 이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2만2,000톤이며 세계 최대 규모의 제련설비를 갖췄다. 글로벌 희토류 수요의 2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NYT는 이 공장이 가동되면 중국의 독점체제가 무너지는 한편 희토류 공급과잉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다가 최근 급락하고 있는 희토류 가격도 더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중국산 희토류에 의존하던 국가들이 공급선을 다변화할 수 있는데다 중국 외부에서의 공급이 늘어나면 중국의 가격결정력도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가 중국에 대해 코크스ㆍ마그네슘 등 9개 원자재의 수출제한 조치가 불공정하다고 판정한 데 이어 희토류 수출제한과 관련해서도 같은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 또한 희토류 공급증가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연합(EU)ㆍ멕시코 등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가 부당하다며 WTO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3일까지 중국을 방문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유럽 위기 등 여러 현안과 함께 희토류 수출제한 해제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희토류는 지난 2010년 중국이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영토분쟁의 와중에 일본을 압박하는 무기로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서 지난해까지 30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하지만 최근 북미ㆍ호주 등이 희토류 개발에 나서고 대체물질 연구가 진행되면서 급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산화세륨의 경우 2009년 1㎏당 가격이 3.88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ㆍ4분기에는 118.65달러까지 폭등했으며 4ㆍ4분기에는 59.3달러로 반토막 났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희토류 수입물량의 78.3%가 중국산으로 전년도의 65.7%보다 비중이 커졌다. 또 미국 에너지부는 2010년 중국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며 이를 해소하는 데 15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희토류 생산과정에서 환경오염 물질이 배출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향후 희토류 시장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라이너스의 콴탄 공장 가동을 승인하면서 해당 기업이 발생 폐기물 처리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중국 역시 수출제한 조치의 이유로 환경보호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