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뉴스 포커스] 기업도 도시도 파산… 디트로이트 짝날라

■ 황제노조 현대·기아차 또 파업 수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평균 연봉이 9,000만원을 넘는 노조가 파업이라니 이게 웬 말입니까." 귀족노조를 넘어서 황제노조로 불릴 정도로 온갖 특혜를 누리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노조가 터무니없는 요구를 앞세워 파업 수순에 돌입하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특히 경제계에서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가 강성 노조의 억센 요구에 순응하다 파산도시로 전락한 예가 한국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본격화하고 있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시키고 사실상 파업체제에 들어갔다. 오는 19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실패를 선언하면 이르면 20일 두 노조는 부분파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파업을 하게 된다. 두 노조는 지난 2009~2011년 무파업을 이어오다 지난해 현대차ㆍ기아차 각각 49일과 61일의 파업을 벌여 총 14만5,000대, 금액으로는 2조7,300억원의 생산차질을 초래했다. 현대차는 역대 최대, 기아차는 역대 두번째 손실이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두 노조의 요구수준을 감안하면 파업에 따른 손실이 지난해의 규모를 넘어서리라고 예상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직원들은 한국 제조업 근로자 중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그런데도 매년 쟁의를 반복한다. 이처럼 쟁의행위가 관행화ㆍ일상화하면서 매년 더욱 강한 요구를 하게 됐고 이제는 보통사람의 정서를 벗어난 귀족노조의 이미지가 굳어졌다. 올해 역시 다른 산업의 대형 노조가 대부분 파업을 자제했고 자동차 업계의 경쟁사 모두 평화롭게 임단협을 타결했지만 이들 두 노조는 '나홀로 파업'을 벌이며 스스로를 코너로 몰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의 반복적 쟁의행위가 현대차와 기아차, 더 크게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빅3의 몰락과 그에 따른 디트로이트의 파산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사실 디트로이트의 몰락은 예견된 것이었다. 1987년 개봉한 영화 '로보캅'은 자동차 산업 쇠퇴에 따른 대량실업, 인구감소, 세원급감으로 파산한 미래의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했다. 급여를 받지 못한 경찰이 파업을 하고 결국 사이보그가 치안을 맡게 된다는 내용이다.

관련기사



지난달 디트로이트시가 낸 파산보호신청서에 따르면 실업률은 미국 평균의 두 배인 16.3%이고 범죄율은 미국 최고다. 버려진 집이 7만채, 고장난 신호등의 비율은 40%다. 범죄와 화재신고 후 출동에 걸리는 시간이 전국 평균보다 50분 긴 1시간으로 실제 로보캅이 필요한 도시가 됐다.

한때 세계 최대 제조업 도시이자 모타운레코드로 상징되는 문화도시였던 디트로이트가 망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자동차 노동자의 과다한 요구와 일본차 등 수입차 공세에 직면한 GMㆍ포드ㆍ크라이슬러는 미국 남부 또는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한편 할부금융 등 자동차의 본질과는 무관한 서비스업에 치중하게 됐다. 이는 제품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졌고 해당 기업뿐 아니라 300년 전통의 연고 도시까지 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문가들은 노사관계 선진화에 실패할 경우 현대ㆍ기아차도 이르면 수년 내 미국 빅3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회사가 순식간에 경쟁력을 잃을 뿐 아니라 울산ㆍ광주ㆍ아산ㆍ광명ㆍ전주 등 자동차 도시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4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매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온 현대ㆍ기아차 사측에도 큰 문제가 있다"면서 "이제 현대ㆍ기아차 노사 문제는 사회 전체의 이슈가 된 만큼 보다 엄중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맹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