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 대기업 대출 30%나 늘리면서… 중기엔 금리까지 차별

금융안전보고서 첫 법정보고서<br>중기 3곳중 1곳 이자도 못벌고 주택집단대출 연체율도 껑충<br>저신용층·다중채무자 크게 늘어 저축은행·카드사 부실 전이 우려

올해 들어 은행 가계대출이 줄고는 있지만 50대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들은 연령이 높을수록 채무 상환능력이 낮아 경제 여건이 악화될 경우 부실화 위험도 높다. 자금이 필요한 고객들이 은행대출상담 전용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서울경제DB



가계 대출이 줄어들고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지속되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들여다본 실태는 예상과 달랐다. 중소기업은 여전히 대기업에 비해 대출시장에서 차별 받고 있고 가계는 고령층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파산' 가능성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었다. 저소득ㆍ고령층이 금융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에 빠질 경우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과 카드사가 부실화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결론이다.

①중소기업 대출에 야박했던 은행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많은 신경을 쓰고는 있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여전히 인심은 야박했다. 지난 2011년 중 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전년도에 비해 30.3% 증가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원화대출금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40.1%에서 38.4%로 하락했다. 반면 대기업 비중은 8.6%에서 10.5%로 증가했다.

안 빌려주는 것도 억울한데 대출금리까지 차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많이 축소됐던 중소기업과 대기업 대출 금리 격차는 다시 0.6%포인트까지 확대됐다. 한은이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분석한 결과 신용손실률을 고려한 중소기업대출의 예대금리차 역시 금융위기 이전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기업 대출도 신용등급별 차별이 심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중소기업 대출 중 신용도가 높은 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43.1%로 전년도보다 5.1% 늘어났지만 중ㆍ저신용대출 비중은 62%에서 56.9%로 급감했다. 이와 함께 명목 국민총생산(GDP) 대비 중소기업 대출 비율에서 장기추세치를 뺀 '대출갭'도 최근 마이너스 상태를 지속했다.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소극적으로 운영한 탓이다. 한은은 "은행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중소기업대출을 확대하지 않고 리스크가 적은 담보대출을 늘리면서 은행 본연의 금융중개기능이 약화했다"고 비판했다.

②중소기업 3곳 가운데 1곳, 장사 하나마나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지난해 수출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전년도보다 1.2%포인트 하락한 6.2%를 기록했다. 내수 기업 매출액 영업이익률 역시 민간 소비 부진이 이어지면서 같은 기간 1.6%포인트 하락한 5%로 집계됐다.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지난해 대기업 가운데 이자보상비율이 100% 를 밑도는 업체 비중은 26.6%로 전년보다 8.2%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도 34.4%로 전년보다 4%포인트 올랐다.

특히 연매출 100억원 미만인 소규모 기업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률 -4.8%로 적자를 기록했고 부채비율도 200%를 초과하고 있다. 소규모 기업 가운데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한계기업 비중은 35%로 2006년 16%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


한은은 "소규모 한계기업 가운데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기업이 27%에 달하고 있어 기업도산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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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가계부채 증가…저축은행ㆍ카드사 부실 전이 우려

한은은 저소득ㆍ고령층의 가계부채 부담은 저축은행과 카드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축은행과 카드사에서 대출을 이용하는 사람은 저신용층과 다중채무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위기에 처하자 가계신용대출 영업에 치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의 저신용계층(7~10등급) 고객 비중은 54.2%로 절반을 웃돌고 있으며 가계대출 증가율도 지난해 24.7%로 국내은행의 5.7%보다 4배 이상 높다. 한은은 "저축은행 대출자의 소득이 늘지 않아 대출금을 갚지 않을 경우 저축은행 업계가 또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2개 이상 카드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2010년 100만명을 넘어섰다. 특정 카드사의 대출 부실이 다른 카드사의 동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한은은 "저축은행은 부동산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 자산건전성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카드사는 현금서비스ㆍ리볼빙 등의 대출금리가 높고 기간이 짧아 가계부채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④주택집단대출 연체율 급등…은행 부실 우려

은행의 주택집단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1월 말 1.45%로 2009년 0.49%보다 1%포인트가량 뛰었다. 주택집단대출은 이주비나 중도금 잔금 대출을 가리킨다.

한은은 "고분양가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가 인하 요구가 거세지면서 중도금 대출의 이자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일부 단지에서는 분양자를 대신해 이자를 내고 있던 시공사의 부도가 증가한 점도 연체율 상승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주택집단대출 연체율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은 조사 결과 집단대출 취급단지 가운데 90% 이상이 주변 아파트에 비해 분양가가 높았다.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경우 분양자들이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면서 대출을 갚지 않아 대규모 연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여기에 분양자들의 빚에 대해 연대보증을 선 시공사들이 연쇄부도에 빠질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집단대출 취급단지의 절반가량은 부도 가능성이 높은 비우량 건설사가 보증을 선 것으로 조사됐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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