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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그것은 너무도 멀리서 찍었기 때문이다”
보도사진사의 최고의 스타 ‘로버트 카파(Robert Capa)’가 말한 명언은 수많은 촬영기자의 가슴을 뛰게 해 사지로 발을 옮기게 한 ‘악마의 속삭임’이 돼버렸다.
로버트 카파는 스페인내전에서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총을 맞고 쓰러지는 병사를 코앞에서 촬영했다. 카파의 명언을 빌리자면 충분히 다가갔기 때문에 만족할만한 사진이 나왔고, 이는 ‘보도사진의 전설’이 된다. 이후 2차대전 말미에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실제 미 해병대와 보트를 함께 타고 상륙하여 기관총이 쏟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촬영했다
그는 마치 전쟁터에 홀린 사람처럼 중일전쟁, 인도차이나전쟁 등에서 활약하며 걸작들을 만들어 낸다. 신화적인 인물이 대개 그러하듯, 로버트 카파가 41살이 되던 1954년에 그의 다섯 번째 전쟁터 베트남에서 지뢰를 밟고 사망한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그는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KNN 손명환 기자도 죽음의 순간에 카메라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2010년 8월 10일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덴무’의 현장감 있는 모습을 담기 위해 그는 방파제 위에 카메라를 메고 섰다. 하지만 갑자기 그를 향해 들이닥친 파도에 휩쓸렸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그에게 방파제는 로버트 카파가 누비던 전쟁터와 다름없는 곳이었다.
국경없는 기자회(RSF)에 의하면 2013년 전 세계적으로 취재 중에 사망한 촬영기자는 14명이라고 한다. 사망사고는 주로 전쟁터나 소요사태가 일어나는 곳에 집중돼있다.
오늘도 수많은 촬영기자가 현장으로 향한다. 때로는 그들에게 위험을 불사해야 할 상황도 벌어진다.
전쟁과 자연재해 등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위험한 상황에도 촬영기자들은 마치 그 상황이 일어나길 바랐던 사람들처럼 몰려든다. 응당 총알의 반대방향으로 가야 할 상황에 총소리가 나는 쪽으로, 태풍을 등지고 뛰어야 하는 상황에 바람을 맞으며 태풍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촬영기자들은 “현장에 서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내가 찍어야 할 사람만 눈에 들어오고 그에 대한 생각 뿐”이라고 말한다. 또한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고 연속적으로 피사체에 다가가야 하는 일의 특성상 촬영 당시에는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밖에서 보면 그들은 마치 불빛을 향해 달려드는 부나방 같아 보인다.
‘특종’의 순간은 더욱 짧다. 찰나의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사명감 역시 그들을 사지로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한순간을 위해 모든 것을 올인하는 ‘이미지 타짜’ 촬영기자들 덕분에 우리는 안방 TV와 스마트폰 등에서 생생한 이미지를 접할 수 있다. 아무도 그들을 말릴 수는 없겠지만, 부디 세상의 모든 촬영기자들이 위험한 베팅에서 승리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