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는 게 어딨습니까.”
정부의 아파트 입주자격 관리망에 대한 모 중견건설업체 직원의 말이다. 높게는 수백ㆍ수천 대 1의 경쟁을 치러야 하는 치열한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맘만 먹으면 손쉽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분양받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9일 감사원의 아파트 입주자 모집실태 감사 결과는 그동안 정부의 아파트 입주자격 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져왔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주택투기를 막겠다며 청약자격 등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규제를 계속해왔지만 정작 무자격 입주자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실태조사 결과 아파트 입주자격 관리의 사각지대는 업체들이 은행에 위탁하지 않고 모델하우스에서 자체적으로 청약접수를 받은 단지들이었다. 청약을 받은 뒤 시ㆍ군ㆍ구청을 통해 건설교통부에 주택보유 여부 등의 전산검색을 요청하도록 돼 있지만 이 과정이 ‘생략’되면서 332명의 부적격자들이 당첨자 명단에 슬그머니 포함됐던 것이다.
건교부는 “모델하우스에서 직접 청약을 받은 경우는 일부 소규모 단지들로, 전체 분양단지의 20% 정도”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부 인기지역 대단지들도 은행 위탁을 하지 않고 업체가 모델하우스에서 직접 청약을 받은 사례가 부지기수다. 지난해 말 마산에서 분양된 M단지의 경우 2,127가구의 대단지였음에도 모델하우스에서 직접 청약을 받았었다.
특히 주무부처인 건교부는 감사원 감사 이전까지 단 한번도 개별 모델하우스 청약 단지에 대해서는 당첨자 선정의 적정성 여부를 조사해본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종신 건교부 주택공급상황점검팀장은 “인력부족 등으로 모델하우스 청약 단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부적격 당첨자 조사를 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감사 결과 건교부는 장애인ㆍ국가유공자 등 청약 ‘0순위’에 해당하는 특별공급대상자에 대한 아무런 재당첨 제한규정도 두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 당첨자에 대해서는 당첨 후 5년간 청약을 금지하면서도 막상 더 엄격히 관리해야 할 특별공급대상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도 없었던 셈이다. 무려 3년 동안 19차례나 특별공급을 통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후 웃돈을 붙여 전매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장애인이 정부의 당첨자 관리망에 걸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제도적 허점 때문이었다.
건교부가 뒤늦게 모든 분양승인 대상 아파트에 대해 청약접수업무의 은행위탁을 의무화하기로 했지만 이번 감사 결과의 파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대상에서 누락된 단지들은 물론 지난해 분양된 단지들을 포함해 업체들이 직접 청약접수를 받은 324개 단지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건교부는 적발된 부적격 당첨자의 당첨취소는 물론 이미 입주가 이뤄진 경우에도 해당 부적격 입주자에 대해 퇴거조치를 내리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