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끝나고 미국 언론들이 북한 핵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북한 공격을 통한 정권 교체를 의미하는 메모를 돌렸다고 뉴욕 타임스지가 보도하자, 미국 방송들이 좋은 기사거리를 만난양 떠들어대고 있다. 23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리는 3자 회담에서 당장에 핵 문제가 해결될리 없겠지만, 북한이 회담을 지연시킬 경우 미국 강경 보수파들이 전쟁 가능성을 흘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김정일 정권의 교체론은 미국 보수파들의 오랜 생각이었다. 조지타운 대학의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교수는 딕 체니 부통령도 북한 정권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공개석상에서 말한 적이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필두로 국제적인 협상을 통해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자는 비둘기파와 럼스펠드와 같은 강경파가 공존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여러 각료들의 주장을 들은후 단계별로 방향을 결정한다. 지금 단계에서 부시 대통령은 파월 장관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에서 보았듯이 외교 채널이 더 이상 가동되지 않을 경우 부시 대통령은 강경파들이 주장하는 최후 선택을 한다는 전례를 기억해 두어야 한다.
문제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하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는 한반도에 전쟁이 없다고 누누히 강조했다. 지난주 뉴욕에서 열린 한국 경제설명회에서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도 한미 공조체제가 유지되는한 전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북한을 너무 믿고 있는게 아닐까. 북한이 핵 재처리에 들어가고, 억지를 부려 회담이 실패할 경우에 한국은 무슨 수단을 사용할 것인가. 한국 정부가 유엔 인권위도 불참하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지만, 북한의 요청으로 3자 회담에서 배제되는 상황에서 북한을 어떻게 설득한다는 것인가.
평안도 영변은 역사적으로 한번도 함락된 적이 없는 철옹성과 김소월의 시 `진달래`의 소재지다. 북한은 마치 철옹성을 사수하듯 미국과 줄타기 외교를 벌이는 동안에 한국은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 오리다`는 진달래식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컬럼비아 대학의 한 교수는 “한국은 그렇게 많은 경제적 지원을 하면서 북한에 질질 끌려다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미국에 대등한 관계를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에 대해서도 준만큼 요구하는 당당한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