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등 지방을 중심으로 재개발, 재건축 조합원들의 현금청산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 집값이 하강국면을 보이면서 일부 단지의 경우 5명 중 2명 이상이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 보다는 돈으로 받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심해지면서 이 같은 추세는 서울ㆍ수도권까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재개발, 재건축 조합원들의 현금청산 요구가 러시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을 받아도 집값이 오르기는커녕 일부 단지에선 ‘마이너스 프리미엄(입주 후의 집값이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 속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산 진구 연지동 재개발구역의 한 조합원은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이자를 물면서까지 새 아파트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며 “그냥 돈으로 받아서 다른 집을 사는데 보태겠다”고 말했다. 인근의 G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원 분양을 받았다가 다시 중개업소에 내놓는 사람까지 합치면 거의 절반 정도가 새 아파트 입주를 포기하는 셈이다”며 “이사비용이라도 건져보겠다고 하지만 찾는 사람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 총 20곳의 재개발, 재건축 물량을 수주하고 있는 A건설사 관계자도 “최근 한 재개발 현장에선 무려 40%가 현금청산을 원했다”며 “부산의 시장 상황이 어떤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별도의 전매제한 규정이 없는 재개발 사업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재건축의 경우 조합원 분양권 전매(2003년 12월31일 이전에 설립된 조합의 조합원의 경우 1회에 한해 가능)가 힘들어 조합원들의 현금 청산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원이 분양을 선택하면 입주할 때까지는 꼼짝없이 들고 가야 한다”며 “입주를 해도 매매는 고사하고 전세도 안 나가는 분위기라 최근에는 1,000가구짜리 사업장에서 300~400명씩 현금청산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가 불황을 겪고 있는 지방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수도권에까지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A건설사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수도권에서 재개발, 재건축 조합원의 현금청산 비율이 5% 내외에 그치고 있다”면서도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므로 이 비율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정부의 임대주택 비중 확대가 오히려 분양 물량 축소로 이어져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며 “서울, 수도권에선 지금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