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과천 농림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의 농림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지더니 결국 감사 시작 한시간만에 정회됐다.
金成勳농림장관의 인사말과 간부소개가 끝나자마자 의사진행발언에 나선 한나라당 尹漢道의원이 난데없이 "농림부는 일을 어떻게 했길래 카메라 기자들이 한 명도 오지 않았느냐"며 "의원들이 감사하는 모습이 TV에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金泳鎭위원장과 金珍培의원등 국민회의 소속 여당의원들이 다소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尹의원 말씀의 취지는 알겠지만 농림부가 카메라를 오라마라 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분위기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尹의원은 "빨리 언론을 불러오라"고 '노기(怒氣)'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한동안 소란이 진행되면서 TV 카메라들이 속속 감사장에 도착하자 尹의원은 '드디어' 준비한 '소품'을 제시했다. 최근 태풍피해와 계속된 가을비 속에 '싹이 돋은 볏단'을 들이대며 "바로 이것이 농민들이 흘리는 눈물이 씨앗"이라면서 "농림부 보고가 중요한 것 아니니 확실한 벼 수매대책을 밝히라"고 金장관을 몰아세웠다.
尹의원이 카메라를 재촉한 이유를 알아차린 金珍培. 尹鐵相(국민회의), 李完九의원(자민련) 등은 일제히 "속보인다. 치워라"고 맞받아치는 등 여야 의원들이 한동안 고성을 지르며 설전을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회의 尹의원이 "정권이 바뀐 이후 첫 국정감사인데 이렇게 한풀이식으로 해서야 되겠느냐"며 "농림부 예산이 깎인 것은 돈이 없어서고, 당신들이 정권잡을 당시 돈을 다 써버린 것 아니냐"고 '역공'을 가했다.
그러자 李佑宰. 李海龜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 "당신들이라니, 말조심해라"고 소리를 지르며 감사장을 퇴장, 金泳鎭위원장이 서둘러 정회를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