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4·11총선 격전지를 가다] <3> 부산 북·강서을

오는 4·11 총선의 부산 북·강서을에서 맞붙는 허태열(왼쪽) 새누리당 의원과 문성근(오른쪽) 민주통합당 예비후보가 지역 유권자들을 만나 각각 지지를 호소하고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각 후보 사진제공

“욕해도 결국 그 당 사람 찍는다” VS “이명박 싫으니 박근혜사람 찍을 수도 없고”

“새누리당을 나쁘다카고 욕해싸도 결국은 그 당 사람 찍는 기라”


새누리당이 부산 민심을 살리겠다며 서울을 제하고 유일하게 현지에서 19대 총선 예비후보 공천면접을 실시했던 지난 20일. 새누리당 부산시당이 있는 남천동에서 기자를 태우고 화명동으로 가는 도중 택시기사 박 모(53)씨의 말이다. 화명동이 있는 부산 북구강서구 을은 현역3선인 허태열 새누리당 후보에게 문성근 민주통합당 후보가 도전장을 던진 곳이다. 부산시당 면접장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이른바 낙동강벨트에 부는 문풍(문재인 바람)을 잔뜩 경계했지만 정작 지역주민은 바람이 야당의 승리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안다는 반응이었다.

북강서을은 지난 12년간 여당의 텃밭이었지만 최근 문재인ㆍ문성근ㆍ김정길 등 ‘낙동강 밸트’에 속하면서 문성근 후보의 지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21일 국민일보-GH코리아가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허태열 후보와 문성근 후보가 각각 43.6%와 40.4%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신도시가 여럿 들어선 이 곳은 5,000세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신규입주를 앞두고 있는 등 젊은 외지인이 들어올 소지도 많다. 반면 토박이들은 가라앉은 지역경제에 지친 기색이었다. 최 모 씨(30대 중반ㆍ여)는 “거래는 없는데 아파트 재건축만 늘어나 집값만 올랐다”면서 “문성근씨가 던지는 말은 생각 없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공약도 보고 평상시 하는 것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에서 만난 정 모씨(67)는 “그동안 한나라당(새누리당)빠 였는데 요새는 친구들을 만나도 전부 문성근 찍겠다고 한다”면서 “월급 빼고 물가가 다 올라서 예전에는 5,000원이면 될 안주 값이 1만 5,000원으로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싫으니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찍을 수 없다. 문성근씨는 야성이니 다르게 안 하겠나”라고 말했다.

대학생 임 모(22ㆍ여)씨는 “정치에 관심이 없지만 투표는 꼭 할 것”이라면서 “저쪽(야당)이 주도하니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야당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문 후보측 표정은 밝지 못했다. 전날 저녁 비행기로 서울에 갔다 아침 9시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당무를 본 후 오후 4시 비행기로 내려올 예정이었지만 연착 때문에 한 시간이나 늦었기 때문이다. 캠프에서 잠시 만난 문 후보는 오후 5시부터 9시 30분까지 화명동 골목일대를 도는 한편 중간 호남향우회 저녁 모임에 들러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노란 점퍼와 같은 색 어깨띠를 맨 그는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실무진이 야당성향이거나 발이 넓다고 점 찍은 곳만 골라 인사를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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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입 신고합니다. 문재인ㆍ김정길씨와 손잡고 나왔습니다”라고 그가 인사하자 주민들은 “팬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부러진 화살 하대요”라고 반기곤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3년 후배라는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명함 몇 개 두고 가라”며 도울 기색도 비쳤다. 문 후보도 “저 분 연락처 알아야겠다“면서 기민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다수는 어색하게 악수를 받을 뿐이었다. 한 미용실 주인(52ㆍ여)은 “당선 되면 서울 가서 안 오는 거 아니냐”고 했고 그가 인사하고 간 뒤 만난 피자집 주인(34)은 “문재인 바람 부는 지 모르겠다 여기 사람들 다 냉소적이다”라고 귀뜸했다.

문 후보도 이런 분위기를 인정했다. “분명히 여당에 마음은 떠났다. 그런데 그게 민주통합당이 받아 낼 수 있을지는 하기 나름이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데 그건 새누리당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지 나에 대한 지지표현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런 가운데 허태열 후보는 텃밭을 샅샅이 훑고 있었다. 이날도 그는 새벽 6시 화명동의 구민운동장을 시작으로 30분 간격으로 촘촘히 일정을 짰다. 허 위원장은 점퍼는커녕 어깨띠 하나 없이 회색 정장 차림이었다. 새누리당 이름과 색깔이 지역주민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명함을 줄 때도 “허태열 국회의원입니다”라면서 당 이름을 구태여 말하지 않았다. 여당에 부정적인 20대 시민이 명함을 받자 “청년이 명함을 받아주면 기분이 좋다”고 했고 “힘내세요”라고 화답을 받기도 했다.

허 후보는 “2040세대는 문후보에게 긍정적인데, 열심히 젊은 사람 만나는 수 밖에 없다“면서 “문성근이 나타났는데 정치신인 보다는 손 때 묻은 조직과 선거 대응 능력이 있는 내가 나설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결국 허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도 많았다. 노 모(31)씨는 “허 후보는 구의원부터 시작해서 친숙하지만 문 후보는 언론플레이만 강하다”라고 했고 정 모씨(55ㆍ여)는 “잘 모르지만 찍으라면 여당을 한 번 더 찍겠다”고 말했다.

임세원기자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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