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산업 침체 탈출 초고속 인터넷에 달렸다"한국 IT산업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의 해외 나들이도 부쩍 잦아지고 있다. 특히 중국ㆍ일본ㆍ동남아 등에서는 한국의 급속한 초고속인터넷 보급에 대한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양 장관을 찾는 일이 늘고 있다.
심지어 월드컵기간 동안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연합(UN) 총회에서는 우리나라 장관으로는 처음 IT산업의 발전상을 주제로 연설하기도 했다.
양 장관이 요즘 외국 정부나 기업초청 연설에서 화두로 삼고 있는 내용도 흥미롭다.
초고속인터넷이 침체에 빠진 정보통신산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 요즘 그가 강연에서 강조하는 주제다.
양 장관은 세계경제가 지난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인터넷에 대한 과신 ▦Y2K 대책 ▦IMT-2000이라는 세가지 화두에 미쳐 있었다고 설명한다.
우선 미국의 통신기업들은 인터넷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90년대 연평균 25%에 이르는 선투자에 나섰지만 이 기간 동안 각 기업들의 실제 매출은 투자에 훨씬 못 미치는 12~13%선에 그쳤다는 것.
Y2K 해결을 위해 전세계적으로 3,500억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쓴 것도 IT 침체의 골을 깊게 한 원인이라고 양 장관은 강조한다. 당시 전세계 빈국(貧國) 부채의 두배에 달하는 이 돈은 관련 업계에는 호황으로 인식됐지만 실제로는 투자에 따른 실익이 전혀 없었던 거품이었다는 것.
IMT-2000에 대한 기대는 IT산업의 거품을 정점에 이르게 한 요소였다고 양 장관은 주장한다.
영국ㆍ독일 등 유럽 각국의 기업들은 IMT-2000이 황금알을 낳는 차세대 산업으로 보고 주파수 확보를 위해 수백만~수천만달러를 투자했던 것이다. 결국 이후 이 같은 과잉투자에 대한 경계가 확산되면서 IT는 장기침체의 늪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다.
양 장관은 브로드밴드는 세계가 IT에 쏟아부은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정답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2Mbps의 초고속인터넷 1개는 320여개의 일반전화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난 구매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 장관은 "정보통신 전문가들은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에 불었던 거품으로 생긴 정보통신 시장의 빚이 7,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유무선 초고속인터넷 업계에 지금은 해외진출에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정두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