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세계적인 흐름은 우리나라에도 적용된다. 한국은 구미(歐美)에 비해서는 늦었지만 60년대 산업사회의 기반을 잡은 뒤 70~80년대 미증유의 성장을 구가하며 오늘 정보사회를 숨 쁘게 달리고 있다.산업사회의 혜택으로 꼽을 수 있는 자동차 보유대수는 지난해말 1,040만대, 통신서비스 가입자수는 지난 8월말 현재 4,817만명,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1,113만명, 그리고 국내 컴퓨터 수요는 연간 200만대를 넘어서는 등 세계와 어깨를 견주고 있다.
그러나 문명을 향유하는 현대인의 예절과 문화의 부재는 우리가 한번쯤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앞서 말한 대로 한국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최근 1,000만대를 넘어섰다. 반면 자동차가 주는 편리함보다 자동차로 인해 빚어지는 해악이 요즘들어 더욱더 크게 돋보인다. 자동차보급은 증가했지만 문화나 예절이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몇년 전부터 뒤늦게 자동차와 관련된 계도성 정책이나 캠페인이 전개됐지만 이미 운전자들의 몸에 배인 나쁜 습성은 고치기 어려워 가끔 시정(市井)의 불쾌한 대화주제로 교통난·주차난·음주운전이 오르내리는 게 현실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보사회의 총아라 일컬을 수 있는 컴퓨터통신이나 이동통신에서도 이같이 바람직스럽지 못한 양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통신에 일그러진 성(性)을 팔고 사는 상거래가 이뤄지는가 하면 최첨단 이동전화는 적막감마저 감도는 공연장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문명의 이기가 만들어내는 역기능으로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비난받고 있는 것도 부인하기는 어렵다. 문명의 이기(利器)를 이기적(利己的)으로 사용하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치유하기 위해 인간성을 회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