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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장애인들을 맞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준비된 의자에 앉지 않았다. 올해 79세인 교황은 30여분간의 만남 시간 동안 사뭇 선 채로 장애 아동들의 공연을 관람했다. 팔과 다리를 잘 쓰지 못하는 아이 둘을 포함, 10명의 장애 아동들이 교황 앞에서 노랫소리에 맞춰 율동을 펼쳤다.
공연한 어린이들이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를 그리자 사뭇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던 교황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최고'라고 칭찬했다. 이들의 머리와 뺨에 일일이 입을 맞추며 축복하기도 했다. 한 아동이 재차 손 하트를 그리자 교황도 손 하트로 화답하며 꼬옥 끌어안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사흘째인 지난 16일 오후 충북 음성에 자리잡은 꽃동네 희망의 집을 찾아 인자하고 따뜻한 눈길로 장애인 한명 한명의 머리를 쓰다듬고 입을 맞췄다. 다소 서툴지만 정성껏 율동 공연을 준비한 장애 아동들을 꼭 껴안아줬고 손가락을 빨고 있던 갓난아기의 입에는 자신의 손가락을 넣어주기도 했다. 두 손을 전혀 쓰지 못하는 김인자(74)씨가 발가락으로 접은 종이학, 하반신을 전혀 쓰지 못하는 여성 장애인이 한땀 한땀 떠서 만든 자수 초상화를 선물 받고는 얼굴을 쓰다듬으며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꽃동네 '사랑의 영성원'에서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대표들과 만난 교황은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좋은 일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며 "자선사업에 머물지 말고 인간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구원(24) 성 황석두 루카 외방선교형제회 수사가 태아동산에서 교황과 함께 '생명을 위한 기도'를 올리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선천성 사지절단증으로 두 팔, 두 다리 없이 태어나 살아온 이씨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장애인 등을 위해 선교사로 활동하며 희망을 전파하고 있다. 이씨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먼저 생각하시는 교황님의 뜻을 본받아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음성 꽃동네에는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신자와 수도자 등 3만여명이 운집, 하루 종일 북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