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하기 좋은나라 구두선] 기업 투자계획도 못짜고 전전긍긍

“참여정부 출범 9개월이 지나도록 뭐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뼈대와 근육을 단련시켜야 하는데, 정부는 심하게 말해 손톱이나 머리손질에 신경쓰는 모습이다.” (30대그룹 구조조정본부 한 임원) 기업인들은 참여정부의 규제완화 조치가 한마디로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공장 증설 허용 여부 등과 같은 핵심규제에 대한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투자실기-)중국 등 주변국과의 격차 축소-)글로벌 자본의 한국 외면-)경제발전 동력 상실-)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우려하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지난 13일 노무현 대통령은 장관들을 모아놓고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이기고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규제에 대한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취임초기부터 줄곧 `동북아 경제중심`이라는 국가 아젠다를 설정,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각종 산업규제를 이 방향에 맞게 완화해 나가겠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기업인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싸늘하다. 투자심리도 이미 크게 위축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 화성공장 증설여부. 적게는 십 수조원 많게는 100조원까지 투자효과가 점쳐지는 삼성전자의 화성공장 증설 계획을 위해 김진표 부총리와 윤진식 산자부장관은 누차 `조속 허용`을 밝혀왔지만 여전히 결정은 유보상태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 안에 수도권 공장총량규제가 매듭지어지지 않는다면 다른 곳도 동시에 물색할 수 밖에 없다”며 “사실 중국에서 오라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 방침을 몰라 내년 투자와 관련된 사업계획도 제대로 짜지 못하고 있다”며 “규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내년 투자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노력할 차례`= 전경련의 한 임원은 “IMF위기이후 그동안 경제 체질을 개선하려고 노력한 곳은 기업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정부가 국가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차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자본은 여전히 한국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는데 바로 옆엔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참여정부 출범이후 기업들이 원하는 핵심규제는 꽁꽁 묶여 있는 반면, 있어도 상관없는 규제들만 생색내기로 풀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재계가 9차례에 걸쳐 정부에 공동 건의한 수도권공장총량규제, 출자총액규제 완화 등 핵심 사안들은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지난 3ㆍ4분기 재계가 건의했던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출자총액제한 예외제도 상시화`는 단칼에 거부됐고, `수도권 공장총량제 폐지 건의`는 차일피일 확답을 미루고 있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규제완화를 국정의 핵심과제로 삼은지 이미 오래. 영국의 대처 총리,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등은 난관에 빠진 국가경제를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두 수레바퀴로 삼아 탄탄대로에 올려놓았다. 일본 역시 규제완화가 올해 3대 국정과제의 하나가 될 정도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이승철 전경련 조사본부장은 “참여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추경확대와 감세, 금리인하 등 재정ㆍ금융정책을 쓰고 있으나 규제완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소비진작과 더불어 공급(기업) 측면의 규제완화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관련기사



문성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