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두에 열을 가해 원두를 만드는 로스팅 작업은 전문가들의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IT와 결합된 로스팅 기계인 '에스트리니타'는 초보자와 전문가들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을 제공할 것입니다"
13일 서울 구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우종욱 대표(33·사진)는 시종일관 스마트 로스터 도입이 열어젖힐 커피산업의 혁신에 대해 강한 확신으로 가득 차있었다. 지난해 10월에 출시된 에스트리니타는 현재 승승장구 중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최대 커피 관련 장비 유통회사와 계약도 체결했다. 올 하반기에는 20억을, 내년에는 약 6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우 대표는 "에스트리니타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다양한 로스팅 프로파일 중 하나를 선택하면 각자 원하는 방식의 원두 맛을 낼 수 있게 됐다"며 "수동모드를 통해 직접 로스팅을 이용하는 전문가들도 한 번만 온도, 시간, 압력, 수분 등의 조건에 맞춰 세팅을 해놓으면 나중에 재현 기능을 이용해 언제든지 과거에 제조했던 방식으로 원두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전문가들이 균질한 원두를 생산하기 위해 매번 같은 작업을 반복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면 이제는 그런 부담에서 자유로워진 것이다. 전용 서버를 통해 로스팅 프로파일 공유도 가능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남는 시간을 새로운 제조법 개발에 투자해 이를 전 세계 스트롱홀드 보유자들에게 팔 수 있는 기회의 장도 생겼다.
커피 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세계 최대 산업 중 하나지만 관련 장비 혁신은 원두를 분쇄하는 그라인딩과 추출 영역에서만 주로 이뤄져왔다. 상대적으로 기술화가 쉽기 때문. 생두는 그 자체로 워낙 민감한 품종이고 온도, 시간, 불의 세기 등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라 전 세계적으로 로스팅 작업은 최소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만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그나마 존재했던 로스팅 기계들은 정해진 한 가지 방식대로만 제조가 됐을 뿐이다.
우 대표는 "처음에 사업계획서를 투자자들과 커피 관련 종사자들에게 내밀었을 때만 해도 모두들 불가능한 기술이라 생각했다"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도 일단 커피에 대해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전혀 없어 벤처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연구소부터 설립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스트롱홀드는 벤처기업이지만 이미 각종 부서를 다 갖고 있다. 연구소, 개발 및 설계, 공장 제조, 소프트웨어 개발과 서버 관리, 판매 마케팅, 설치 및 AS, 해외수출까지 모두 직접 도맡아 하고 있다.
그는 "생두를 다루는 제조업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뛰어들다보니 제품과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다른 파트너에게 조직 기능의 일부를 넘기기 어려웠다"며 "아직 다소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전 과정을 직접 다뤄본 경험이 나중에 회사가 성장할 때 큰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대학생 시절 제3세계 빈곤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경험하며 이들의 열악한 삶을 개선시켜주기 위해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며 "장기적으로 제3세계 국가에 의료ㆍ교육시설을 최대한 많이 설립할 수 있도록 회사를 열심히 키워나가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